노정연씨 뉴욕아파트 차명보유 의혹… “계약서 사본 곧 입수”
■ 민유태 전주지검장 조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금품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민유태 전주지검장 등 검찰 내부 인사에 대한 직접 조사에 나서면서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 수사가 재개됐다. 3월 초 박관용 김원기 전 국회의장을 소환조사한 뒤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 매달려 왔다. 박연차 리스트 수사를 재개하면서 현직 검사장을 첫 대상으로 삼은 것은 앞으로 수사가 예외 없이 이뤄질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 현직 판검사 수사 곧 마무리
15일 검찰에 따르면 민 검사장은 지난해 6월 말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 재직 때 베트남 마약 퇴치 국제협력연락사무소 개소식 참석 차 베트남 호찌민을 방문해 태광실업 베트남 현지법인 김모 전무에게서 1만 달러를 받았다. 최모 과장은 5000달러가 든 봉투를 받았다. 그러나 민 검사장은 이날 조사에서 “그런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최 과장은 “다음 날 귀국길에 민 검사장에게 돈 봉투를 줬다”고 진술했고 이에 대해 민 검사장은 “그 뒤 박 전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가 시작돼 최 과장이 준 봉투를 박 전 회장에게 돌려주지 못해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전무는 돌려받은 돈이 없다고 했지만 민 검사장이 원치 않아 대질 조사는 못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법무부는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인사 조치를 할 것으로 보인다.
민 검사장은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과 사법시험 및 사법연수원 동기로 한때 중수부장 물망에 오른 ‘특수통’ 검사다. 그러나 박연차 리스트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올 2월 정기인사 때 전주지검장으로 좌천됐다. 그는 1990년 부산지검 동부지청 검사로 근무할 때 마약 혐의로 구속된 박 전 회장과 수사검사와 피의자로 처음 만났다. 박 전 회장은 민 검사장의 훈계로 마약을 끊게 됐고 이후 두 사람은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검찰은 박 전 회장에게서 전별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지방 소재 고검 검사와 지방 소재 고등법원 부장판사, 지원장 등에 대해서도 곧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 천신일 회장도 곧 신병 처리 결정
검찰은 박 전 회장 구명로비를 벌인 의혹을 사고 있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아들과 딸을 14일 소환조사하고 세중나모여행 자금 관리 임원도 조사했다. 증여세 포탈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는 천 회장이 세중나모여행의 전신인 세중여행사를 운영하던 때 자녀들에게 주식을 양도한 경위와 세중나모여행 주식을 박 전 회장 등의 지인 15명을 통해 편법 매매한 뒤 자녀들에게 넘긴 경위를 확인하겠다는 것.
검찰은 천 회장의 자녀까지 불러 조사함으로써 다음 주에는 천 회장을 소환조사해 형사처벌하기 위한 정지작업을 거의 끝내가고 있다. 검찰은 천 회장이 자녀에게 주식을 편법 증여하는 과정에서 세중나모여행 임원 8명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도 파악하고 국세청에 천 회장 가족과 임원 등 모두 13명의 세금 납부 정보를 요청했다. 검찰은 늦어도 다음 주 중반쯤에는 천 회장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그런 점에서 다음 주를 기점으로 검찰 수사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허드슨 클럽 미스터리
노 전 대통령의 딸 노정연 씨가 미국 뉴저지 주 웨스트뉴욕에 160만 달러짜리 호화 아파트 ‘허드슨 클럽’을 계약한 경위와 자금 출처, 현재 계약 상태 등도 온통 의혹이다. 노정연 씨는 2007년 5월 어머니 권양숙 여사에게서 받은 10만 달러 중 5만 달러로 가계약을 했고 같은 해 9월 박 전 회장의 돈 40만 달러를 송금받아 아파트 거래대금을 치렀다. 그러나 160만 달러짜리 아파트에 45만 달러만 지불했는데도 2년 가까이 계약이 유지되고 있는 점은 상식 밖이다. 이 아파트는 2006년 7월부터 한국인으로 보이는 K 씨 등 2명의 소유로 돼 있고 매매를 중개했던 Y 씨가 임차해 살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게다가 노정연 씨가 계약한 4층 400호는 월세 5900달러에 임차 중인데 이 단지에서 임차된 집은 400호뿐이다. 차명 보유 의혹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또 노정연 씨가 검찰 조사에서 “계약서를 찢어버렸다”고 주장한 뒤 45만 달러가 잔금은 아닌지, 160만 달러 전체를 권 여사가 보낸 것은 아닌지 등 새로운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15일 “Y 씨에게서 계약서 및 통장 사본을 받아 계약 날짜와 45만 달러가 잔금인지 계약금인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어 권 여사를 소환조사하고 노 전 대통령의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