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없이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는 모든 학부모의 바람일 게다. 두 자녀를 ‘잔소리 없이’ 키운다는 김종순 씨는 이를 위해 두 가지를 강조했다. 아이가 공부하고 싶어 할 때까지 기다릴 것과 점검은 엄마가 철저히, 그러나 과정은 아이에게 맡기라는 것이다. 서울 한성여자중학교 1학년 박채림 양(13)은 초등학교 내내 전교 상위권을 유지했고, 서울 동신초등학교 3학년 박채민 군(9)은 학습태도에 대해 칭찬이 자자하다.》
‘무슨 과목 언제 어떻게’ 스스로 계획 - 확실히 공부… 엄마가 꼼꼼히 점검하시거든요!
○ 공부 잔소리 안 하는 비결은?
채림, 채민 남매는 6세 때부터 재능영어, 한자, 수학 학습지로 공부하고 있다. 김 씨는 “어렸을 때부터 누나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 공부하고 싶어 했던 박 군이 지금은 누나보다 공부를 더 재밌어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박 군 스스로 ‘공부하고 싶다’고 하는 시기에 맞춰 학습지 분량을 서서히 늘려줬다.
학습지는 매일 3장씩 풀도록 했다. 김 씨는 ‘매일 공부하는 습관’의 중요성을 자녀 스스로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하루 3장을 안 풀면 다음 날 6장을 풀도록 했다. 밀리면 결국 자신이 힘들다는 사실을 안 후부터 ‘공부하라’는 잔소리가 필요 없었다.
학습지를 시키며 강조한 또 한 가지는 ‘복습을 즐기라’는 것이다. 기초를 이해 못하면 고학년이 되어 난도 높은 문제를 못 풀기 때문에,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반드시 복습을 하고 넘어간다.
“예를 들어 영어의 인칭, 단수·복수 부문의 문법은 쉽다고 생각하고 넘기기 쉬워요. 하지만 반드시 나중에 더 복잡해져 나오더라고요. 기초를 확실히 공부해야 해요.”(박 양)
○ 엄마는 점검, 계획은 자녀의 몫
김 씨는 두 아이가 하루 계획한 양을 모두 끝냈는지 매일 철저히 점검한다. 채점도 매일 해준다. 하지만 공부 시간과 과목별 공부 순서를 결정하는 일은 아이들에게 맡긴다. 계획하는 힘을 길러주고, 아이가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다.
박 양도 공부를 잘하기 위해 계획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문제집을 사면 한 권을 마무리할 시점을 정하고, 기간을 나눠, 매일 공부할 양을 정한다. 그리고 문제집에 날짜를 표시한다.
시험은 한 달 전부터 계획을 세운다. 평소 영어 3권, 수학 2권, 국어·사회·과학 1권씩 풀었던 문제집의 요점정리와 오답 위주로 본다. 특히 교과서를 꼼꼼히 공부하는 것이 박 양의 시험 대비법이다. 교과서에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문제집이나 인터넷을 찾아 확인한다.
○ 수학, 해답 보지 말고 혼자 생각하라
박 양은 학년이 높아질수록 수학에 자신감이 생겼다. 어려운 문제도 원리만 알면 얼마든지 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답을 구할 때까지 끊임없이 생각하는 태도는 가장 중요한 수학 학습법이다.
박 양은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정답지는 어머니에게 맡긴다. 채점도 어머니가 해주므로, 박 양은 해답을 전혀 보지 않는다. 첫 단계로 문제집에 바로 식을 쓰며 풀고, 모르는 내용은 오답노트에 따로 문제를 적고 계속 생각한다. 그래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선생님에게 질문한다. 해결된 문제는 오답노트에 표시를 하고, 비슷한 유형이 나왔을 때 한 번 더 확인한다.
“한 번 풀고 모른다고 해답을 참고하면 빨리 풀 수는 있지만 대충 공부하게 돼요. 그럼 비슷한 문제는 또 못 풀어요. 해답을 보면 아는 것 같아도,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혼자 해결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해요.”(박 양)
친구들에게 수학을 가르쳐주는 것도 공부에 도움이 된다. 박 양은 “친구들에게 자세히 가르쳐준 문제는 항상 머리에 남는다”고 말했다. 누군가에게 가르쳐주듯이 문제를 푸는 과정을 말로 설명하면 더 확실히 이해할 수 있다.
○ 읽고, 질문하고, 대화하라
박 양은 한 달 평균 7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 중학교에 입학해서는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책을 읽고 내용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태도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같은 책을 읽어도 사람마다 생각과 느낀 점이 다르거든요. 다양한 생각을 존중하고, 의견을 종합해서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면 훨씬 성숙하게 생각할 수 있어요.”(박 양)
박 양은 “혼자 책을 읽을 때도 스스로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져 생각을 확장시키는 훈련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의 의견 혹은 행동 중 동의하는 부분,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이야기 중 사회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부분은?’ ‘자기 의견만 내세우는 인물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 친구와 함께 같은 책을 읽고 서로 질문을 하며 자유롭게 생각을 나누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