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WCU로 간다]<6·끝>성균관대

  • 입력 2009년 5월 18일 02시 58분


WCU 사업을 위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사이바람 아레팔리 교수(오른쪽)가 캐퍼시터용 탄소나노튜브를 합성하는 열화학 기상 증착 장치를 작동해 보고 있다. WCU 육성사업 중 단일 학과로는 최대 규모인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에는 해외 석학 11명과 국내 교수 14명이 공동으로 에너지 관련 분야를 연구하게 된다. 사진 제공 성균관대
WCU 사업을 위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사이바람 아레팔리 교수(오른쪽)가 캐퍼시터용 탄소나노튜브를 합성하는 열화학 기상 증착 장치를 작동해 보고 있다. WCU 육성사업 중 단일 학과로는 최대 규모인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에는 해외 석학 11명과 국내 교수 14명이 공동으로 에너지 관련 분야를 연구하게 된다. 사진 제공 성균관대
“디자인, 伊떠올리듯… 인터랙션 사이언스 하면 한국 떠올리게”
9개 연구과제 선정… 세계 석학만 25명
차세대 에너지과학과 최대 규모 자랑
“비전 2020 연계 세계 100대 연구大 도약”

《지난해 성균관대의 성균나노과학기술원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탄소나노튜브를 발견한 일본의 이지마 스미오 메이조대 교수를 초청해 나노과학기술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별 강연을 했다. 이지마 교수는 노벨 물리학상 후보에까지 오른 세계적인 석학. 학생들은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지만 짧은 하루 강의로는 지적 욕구를 해소하기에 불충분했다. 그러나 올 2학기에 성균관대 학생들은 약 2개월 동안 이지마 교수의 강의를 직접 들을 수 있게 됐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하는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육성사업의 하나로 이지마 교수 초빙 프로그램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 교과부 지원 9개 과제 129억원 받아

성균관대는 지난해 12월 제1차 WCU 육성사업 과제 공모에서 새로운 학과나 전공을 개설하는 1유형에 2개, 기존 학과에 해외 석학을 초빙해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2유형에 2개, 해외 석학을 단기 초빙하는 3유형에 5개 등 총 9개 과제가 선정됐다. 과제 수로만 따지면 서울대와 KAIST에 이어 세 번째. 교과부에서 지원받는 연간 사업비는 1유형 93억 원, 2유형 23억 원, 3유형 13억 원 등 총 129억 원에 이른다.

성균관대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중장기 발전계획인 ‘비전 2020’과 WCU 육성사업을 연계해 세계 100대 연구중심대학으로 도약하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세계적인 석학 25명과 42명의 국내 연구진이 성균관대의 연구 역량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WCU 육성사업을 계기로 학문 융합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 수준의 명품 학과를 육성하겠다는 것도 성균관대가 가진 구상 가운데 하나다.

○ 인간과 기술의 상호작용 연구

1차 WCU 육성사업에 선정된 1유형 과제 가운데 성균관대의 ‘인터랙션 사이언스’는 유일한 인문사회 분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인터랙션 사이언스는 인간과 기술이 상호작용하는 방법과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참여한 교수들의 전공이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인지심리학, 정보과학, 컴퓨터공학, 경영학 등인 점을 보면 학과와 학문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이 학과의 정종필 교수는 “예를 들어 최근 유행하고 있는 ‘닌텐도 위(Wii)’ 게임기를 생각하면 된다”며 “인터랙션 사이언스는 닌텐도를 만들 수 있는 공학기술과 이 기술을 게임기로 현실화해 내는 인문사회과학의 결합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즉,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사용자)의 심리나 행태 등에 대한 분석 없이 오로지 기술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터랙션 사이언스학과는 2학기에 석사와 석박사 통합과정 20명, 박사과정 10명 등 대학원생 30명을 모집한다. 28일 오후 2시부터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 5층 조병두 국제홀에서 입학설명회가 열리며, 원서접수는 다음 달 1∼8일이다. 서류심사와 면접으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할 방침이며 면접은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

인터랙션 사이언스학과의 강의는 100% 영어로 진행되고 해외 학술지 논문 발표 지원 등을 통해 학생들의 국제적 감각과 경쟁력을 키울 계획이다. 또 전 세계 7개국 10개 대학이 참여하는 세계적 미디어 연구기관인 MIND(Multimedia Interface & Network Design) 랩, 서던캘리포니아대의 애넌버그 커뮤니케이션 센터,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미디어 이펙트 랩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인터랙션 사이언스 분야의 글로벌 인재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 에너지와 관계된 모든 것이 연구대상

WCU 육성사업 과제로 선정돼 신설된 에너지과학과는 대학원 정원 90명에 초빙하는 해외 석학 11명, 국내 전문가 14명 등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에너지 문제는 화석연료가 고갈된 뒤에도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이기 때문에 학교는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에너지과학과에 거는 기대가 크다.

에너지과학과에서는 ‘신개념 융복합에너지 과학’을 연구하게 된다. 물리, 화학, 전기전자, 기계공학, 경제학 분야의 협력을 통해 에너지의 생산, 저장, 변환, 효율적 분배 등 에너지 전반에 걸친 문제를 다룬다. 이는 세계 각국이 주목하고 있는 ‘그린 에너지 정책’, ‘녹색 성장’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전 세계는 지금 성균관대에 모여 있는 에너지 관련 석학들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이 학과의 양정운 교수는 “먼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대학원 표준 교과과정을 수립할 계획”이라며 “인문사회계와 이공계의 에너지 관련 전문 지식을 모두 습득한 정책 분야 글로벌 리더와 에너지 분야의 창의적 융합기술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것도 목표”라고 설명했다.

에너지과학과는 노벨상 수상자인 해럴드 크로토 영국 왕립학교 교수의 강의를 계획하고 있으며 향후 영국 케임브리지대, 프랑스의 에콜 폴리테크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관련 연구소에 연구원들을 파견해 공동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 2, 3유형의 세계적 석학도 한자리에

규모가 큰 1유형 사업 외에 2, 3유형의 사업에 참여한 해외 석학들도 눈에 띈다. 정보통신공학부의 칼라리카드 토머스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반도체 나노구조의 설계와 제작’ 등에 관한 연구를 통해 컴퓨터, 통신, 정보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상승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인터페이스 나노융합 요소 기술’을 연구하게 될 전명식 카네기멜런대 교수는 휴대전화, 휴대용 컴퓨터,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내비게이션 등 휴먼인터페이스 시스템을 좀 더 편한 형태로 변환할 수 있는 나노 기술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 강의를 하게 될 해외 석학인 미국 노스웨스턴대의 윙 캄 리우 교수는 나노, 바이오, 물리, 재료, 기계 등 공학 및 자연과학 전반에 걸쳐 2000명 이상의 학자가 참가하는 WCCM의 회장을 지낸 세계적인 석학이다. 약학부에서 강의하게 될 데이비드 브릴스 미국 앨라배마대 교수는 폐렴구균을 이용한 영유아 백신을 세계에서 처음 개발한 학자로 유명하다. 서정돈 성균관대 총장은 “이제 국내 대학끼리의 경쟁에 매몰되는 시대는 지났다”며 “해외 석학과의 공동연구 등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세계 속에서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새로운 학문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 에너지과학과 책임 이영희 교수

“신기술 환원 고리역할 담당”

○ 인터랙션 사이언스 책임 이관민 교수

“제2, 제3의 닌텐도 나오게”

WCU 육성사업 선정 이후 성균관대에서는 1유형 과제의 책임을 맡고 있는 두 교수가 주목받고 있다. 자연과학분야 에너지과학과의 이영희 교수(사진 왼쪽)와 인문사회분야의 인터랙션 사이언스학과의 이관민 교수(오른쪽)다.

이영희 교수는 “에너지 문제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전망이 좋다”며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구하는 만큼 에너지 문제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06년 교육과학기술부 선정 국가석학 11명에 뽑힌 ‘스타 교수’로 WCU 육성사업 이전부터 성균관대의 연구 역량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해 왔다. 이 교수는 “그간 에너지 문제 해결에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한 이유는 기초연구에 소홀했기 때문”이라며 “기초연구에 중심을 두는 한편 올해 말부터는 에너지 관련 기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학과 내에서 개발된 기술을 기업체에 곧바로 환원하는 고리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과학과에서는 에너지 분야에서 일해 보지 않은 사람도 공부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유기화학 전공자라면 에너지와 상관없더라도 대체물질을 방안으로 제시할 수 있고 그것을 합성한 에너지를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에너지과학과는 WCU 육성사업으로 선정된 과제 가운데 단일 학과로는 최대 규모”라며 “2010년까지 정부의 신생에너지 산업 시장 형성 정책에 따라 다른 이공계보다 전망이 더 밝다”고 말했다.

인터랙션 사이언스학과를 이끄는 이관민 교수는 “세계 시장에서 대히트를 친 정보기술(IT) 상품들은 모두 사용자가 IT 기계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인문사회과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한다”며 이 분야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 교수가 설명한 대표적인 히트상품은 애플 아이폰, 닌텐도 위(Wii), 애플 아이팟 터치, 삼성 P2 MP3플레이어 등이다.

그는 “해외에서는 공학계열 분야에서 ‘휴먼 컴퓨터 인터랙션’ ‘휴먼 센터드 컴퓨터 프로그램’ ‘휴먼 머신 인터랙션’이라는 이름으로 작은 분야가 형성돼 있지만 단일 학과로 개설해 커뮤니케이션, 심리학, 디자인 등 인문사회과학을 결합한 것은 성균관대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인터랙션 사이언스학과 참여 교수들을 중심으로 2년 이내에 국제적인 학술지를 창간해 이 분야를 주도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한국 시장은 세계 유수 IT 기업들의 ‘테스트베드’가 되고 있기 때문에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기에 좋다”며 “‘디자인=이탈리아 밀라노, IT공학=미국 실리콘밸리’라면 ‘인터랙션 사이언스=대한민국 서울’이 되게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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