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개교 60주년 경희대 조인원 총장

  • 입력 2009년 5월 18일 02시 58분


조인원 경희대 총장은 “경희대는 세계와 소통하는 대학, 세계 최고 수준의 교양을 교육하는 대학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모든 학생이 충실한 기본기를 닦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전영한  기자
조인원 경희대 총장은 “경희대는 세계와 소통하는 대학, 세계 최고 수준의 교양을 교육하는 대학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모든 학생이 충실한 기본기를 닦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전영한 기자
“세계 최고수준 교양과정 갖추고 고교생 예비입학제 도입하겠다”
‘교양+전공’ 크로스오버로 기본에 충실한 대학 추진
이타심도 신입생 선발기준… 교수 연구성과 보상제 실시

“경희대를 세계 최고의 교양 과정을 갖춘 대학으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교양 과정 하나만 보고 세계 학생들이 찾아오는 대학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개교 60주년(5월 18일)을 앞둔 14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캠퍼스에서 만난 조인원 경희대 총장은 경희대의 역사를 문화와 시민사회라는 큰 틀에 맞춰 설명했다. 조 총장은 “우리 대학은 설립 때부터 ‘문화 세계의 창조’를 교시(校是)로 내세웠습니다. 대학은 상아탑을 넘어 사람과 자연, 공동체의 조화로운 결합을 모색해야 할 사회적 책무를 지고 있습니다”고 강조했다.

―대학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대학들이 특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경희대의 특성화 전략이 궁금합니다.

“대학 발전 모델은 저마다 다르다고 봅니다. 매사추세츠공대(MIT)처럼 한 분야에 특성화된 학교도 있지만 하버드대나 케임브리지대처럼 기품과 역사, 전통이 먼저 떠오르는 학교도 있습니다. 우리는 종합대학이기 때문에 후자를 택하려고 합니다. 종합적 성찰을 하는 학생, 창조적 사유를 하는 학생, 사회 발전에 기여하려는 열정을 가진 학생, 이런 학생을 만들어내는 교육을 하는 대학. 이것이 우리 대학 특성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조 총장은 “우리 대학은 사립대학 중에서 학과나 단과대학이 가장 많은 편입니다. 비판적인 시각도 많지만 대학생들은 다양한 가능성과 역동성을 접할 권리가 있습니다. 학생들의 이 권리를 지키는 데 세계 최고 대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기본에 충실한 대학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복안이 있습니까.

“기초 교양 분야를 아주 강화하려고 합니다. 신입생 전체를 일정 기간 기숙사 생활을 하도록 해 심도 있는 교양을 가르치려고 합니다. 교양 분야는 학생들이 쉽게 선택하고 학점도 쉽게 딴다는 잘못된 풍토가 있습니다. 인문학, 자연과학, 문화나 예술에 대한 소양을 갖춰야 하는데 너무 전공만 가르치다 보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올라온 학생이 ‘대학이라는 곳은 이런 곳이구나. 학문 세계라는 곳은 이런 곳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고 접하게 할 수 있게끔 하고 싶습니다. 1, 2학년 때 심도 있는 문화, 예술, 사상 교육을 통해 학문 세계의 깊이와 폭을 흠뻑 느끼게 해주는 것이 학생 본인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기초 교양과목과 전공과목을 혼합해 학문적으로 좀 더 탄탄한 사람을 길러내고 싶습니다. 또 대학은 연구가 가장 중요한 곳입니다. 교수들이 훌륭한 연구 성과를 냈을 때도 세계 최고 수준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더욱 강화할 예정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훌륭한 인재를 뽑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최근 관심이 커지고 있는 입학사정관제를 어떻게 운영할 생각이신지요.

“입학사정관 전형에서는 학교마다 사정 기준을 다양화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경희대는 입학사정관 선발에서 열정과 창의력을 강조할 생각입니다. 다른 사람과 공동체를 항상 생각할 수 있는 이타심도 주요 선발 기준입니다. 또 고등학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예비입학 제도를 실시할 계획입니다. 고교생들을 예비 입학생으로 받아들여 학교에서 캠프활동 등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입니다. 학생들이 자신이 진학할 학교를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오래 주겠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입니다. 입학사정관제는 본격적으로 실행하는 편이 좋다고 보지만 시행착오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준비기간을 줘야 한다고 봅니다.”

―모든 대학이 등록금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대책은 없습니까.

“미국에도 아이비리그를 제외하면 1년 예산의 80∼90%를 주정부나 시정부에서 지원받는 사립대학이 많습니다. 등록금 문제는 등록금 정책뿐 아니라 사회 정책과 정부의 우선순위 문제입니다. 1차적으로 국립대와 마찬가지로 사립대에도 지원을 대폭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 다음 장기 대출 같은 제도를 통해 평생 조금씩 갚아가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대학 교육은 공사립 구분 없이 미래의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뛸 사람을 기르는 일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부담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특혜를 주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봅니다.”

경희대는 대학 발전에 트랜스버시티(transversity) 개념을 도입했다. 소통과 대학을 결합한 새로운 개념으로 세계와 교류하는 대학, 열린 대학을 표방하는 개념이다. 조 총장은 “영어만이 국제화의 전부는 아니다”며 “다양성과 다문화를 이해하면서 함께 윈윈할 수 있는 보편 가치를 만드는 것이 국제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조인원 경희대 총장

-1977년 경희대 정치외교학 학사

-198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정치학 박사

-1989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01년 경희대 NGO대학원장, NGO국제연구소 소장

-2006년 경희대 제13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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