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한 제자가 아이를 낳았다며 사진을 보내줬어요. 졸업한 제자들과 연락을 자주 하다 보니 웃을 일이 많네요.”
충북 제천시에 있는 세명대 패션디자인학과 임현숙 교수는 졸업생들 사이에서 ‘제천 엄마’로 통한다. 학창 시절은 물론 졸업 이후까지 임 교수가 인연의 끈을 놓지 않은 결과다. 특히 2학기에는 졸업생들과의 통화가 더 잦아진다. “자기네 회사로 후배를 보내 달라고 졸업생들이 전화를 합니다. 올 2월에 졸업한 36명이 전부 취업했는데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일자리를 잡았습니다.”
임 교수는 패션디자인학과 첫 졸업생을 배출한 2000년 취업을 시키기 위해 서울의 동대문시장 도매업체를 거의 훑고 다니다시피 했다. 그러나 3∼4년 전부터는 이렇게 ‘앉아서’ 졸업생을 취업시키고 있다. 임 교수는 “실무에 능한 졸업생들의 평판이 후배들의 취업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명대 교직원들에게서는 거창하기만 한 것, 이름만 번지르르한 것에 대한 경계가 느껴진다. 세명대에서는 매주 화요일 독특한 취업 관련 강연이 열리는데 이른바 ‘미드필더십’ 특강이다. 유명 기업체의 최고경영자(CEO)나 저명한 인사로 강사를 구성하는 여느 취업 특강과 달리 기업체의 중간 간부나 실무자가 주로 강사로 나서 기업의 ‘허리’가 갖춰야 할 능력과 인성 등을 학생들에게 전수한다. 약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강의실은 거의 매번 꽉 찬다.
“축구의 미드필더처럼 기업의 구체적인 실무를 챙기면서 기회가 되면 경영전략과 같은 큰 그림을 그리는 일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리켜 ‘미드필더십’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이런 전문인을 양성하는 데 대학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김유성 총장의 말이다.
세명대는 지방 사립대로는 드물게 자체 예산으로 학과 특성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2년째로 총 42개 학과 중 패션디자인학과 등 22개 학과에 평균 3000만 원씩의 예산을 배정했다. 특화분야를 개발하면 그만큼 취업률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4년 동안 학생들은 철저하게 실무 위주로 수업한다. 패션디자인학과의 경우 80%가량이 실기 수업이다. 디스플레이, 디자인, 코디네이터, 패턴 분야로 커리큘럼을 세분해 2학년이 되면 진출할 분야에 따라 기초부터 심화과정까지 모두 익힐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수영복 제조·수출회사의 한국지사에서 일하는 졸업생 한재현 씨(33)는 “사회에 진출한 뒤에 학교에서 거의 실무 수준의 수업을 받은 것을 알게 됐다”며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산업 현장 현황 특강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 대학은 보름마다 총장이 직접 주재하는 ‘취업률 제고 간담회’도 연다. 졸업생의 취업 현황과 이직을 원하는 졸업생에 관한 정보를 나누고 대학에서 지원할 수 있는 사항을 논의하는 자리다. 회의에서 발표할 졸업생 현황은 교수들이 직접 챙기지만 의무사항은 아니다. 이를 위해 많은 교수가 졸업생들과 계속 연락을 한다.
1991년에 설립된 세명대의 2008학년도 취업률은 90.8%였다. 비정규직을 제외하면 약 70%. 한의학과와 간호학과 등 전통적으로 취업률이 높은 학과 외에 패션디자인학과, 산업디자인학과, 실내디자인학과, 시각디자인학과의 취업률이 높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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