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가 사교육 절감을 위해 검토 중인 특목고 입시 개선방안은 2010학년도부터 외국어고의 지필평가를 금지하고, 2011학년도부터 △과학고 입시에서 경시대회와 영재교육원 수료자 특별전형을 폐지하고 △외고 입시에서 수학 과학 가중치를 과도하게 주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올림피아드나 영재학급 선발 기준에 있어서 시험을 배제하고 과학고 입시에서도 입학 사정관제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 교과부의 방침이다.
이 가운데 지필평가 금지는 지난해 10월 교과부가 '특목고 운영 정상화 및 입시개선 방안'을 통해 한 차례 발표한 내용이다. 서울과 경기의 경우 시도교육청이 이미 지필평가 금지 방침을 내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부는 일부 외고가 구술면접을 가장한 필답고사를 치르는 등 사실상 지필고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당장 올해 외국어고 입시부터 구술면접 형태로 진행되는 언어와 사회 영역 평가 역시 직간접적인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고교 입시에서 중학교 수준 이상의 문제를 낼 수 없도록 최근 초중등교육법이 개정돼 특목고에 대한 제재 근거도 명확해짐에 따라 외고 구술면접 문항의 난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단 영어듣기평가의 경우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는 지필고사를 폐지한다고 해도 영어듣기평가는 유지한다고 밝혔다. 현재 영어듣기평가는 중학교 과정에서 출제하도록 하는 지침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난이도 역시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예고되지 않았던 변화는 주로 2011학년도부터 적용된다. 외고보다는 과학고 입시에서 가시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먼저 과학고 입시에서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경시대회 및 영재교육원 수료자 특별전형을 폐지하기로 했다. 현재 과학고의 경우 경시대회와 올림피아드 입상 실적이 뛰어나지 않으면 특별전형은 물론 일반전형에서도 합격을 기대하기 힘들다. 교과부는 경시대회와 올림피아드가 과학고 대비 고가의 사교육을 조장한다고 보고 공교육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가 계획하는 복안은 입학사정관 전형이나 창의력 검사다. 대학 입시에서처럼 과학고 입시에 입학사정관이 참여해 초등학교, 중학교 단계의 학교 과학 성취도와 잠재력 등을 평가한다는 것. 또는 과학캠프를 통해 학생의 창의력을 다면 평가하는 방안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KAIST가 신입생 선발에서 적용하는 창의력 측정 전형이 모델이다.
일단 2011학년도에는 각 교육청이 과학고 입학 정원의 절반 이내 범위에서 입학사정관 및 창의력 측정 전형 선발 인원을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는 2011학년도에서 정원의 30~50%를 이 전형으로 선발하고 2012학년도 이후에는 절반 이상을 이 전형으로 선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과학고 입시와 맞물려 국제 올림피아드와 영재교육 대상자 선발 방식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사교육을 통한 시험 위주의 올림피아드 선발 방식에서 벗어나 학교장 추천이나 학회 심사로 국제 올림피아드 출전자를 정하겠다는 것. 영재학급이나 영재교육원 대상자 역시 시험이 아닌 영재교사의 관찰 및 추천 방식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평가 방식을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선진국의 영재교육 선발 방식을 벤치마킹하겠다는 의도다.
2011학년도 이후 외고 입시에서 가장 큰 변화는 수학 과학 가중치를 폐지하는 것. 현재 외국어고들은 중학교 내신을 반영할 때 수학과 과학에 상당한 가중치를 주고 있다. 이것이 우수한 학생을 판별해내는데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외고 입시는 외국어 인재를 키우는 곳이므로 수학이나 과학에 무리하게 가중치를 두는 것은 잘못됐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일부 외고에서는 음악이나 미술의 내신 비율은 절반 이하로 줄이고 수학이나 과학의 내신 반영 비율을 두 배 이상 늘리는 방법으로 수학과 과학의 가중치를 다른 과목에 비해 10~20배까지 주고 있다"며 "합리적인 수준의 가중치만 줄 수 있도록 규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교과목 별 수업 시수에 비례한 가중치 정도가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현재 중학교의 주당 수업 시수가 수학과 과학은 각각 4시간인 점을 감안해서 가중치를 주당 한 시간인 미술이나 음악의 4배까지만 허용하는 방식이 적용될 전망이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