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에 사회적 일자리 제공… 9명 일하며 각국 문화도 알려
“행복공간 많은 이들이 나눴으면…”
“반갑습니다. 어서 오세요.”
청바지에 흰 셔츠와 검은색 앞치마를 두른 여성들은 이방인이 아니었다. 밝은 미소로 손님을 맞는 그들에게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란 당당함이 느껴졌다.
18일 전국 유일의 다문화카페인 부산 동구 초량동 국제오피스텔 202호 ‘휴(Hu·休)’. 국제결혼 이주여성 9명이 은은한 녹차 향만큼 향기롭게 “안녕하세요”라며 반갑게 맞았다. 6일 문을 연 이곳은 부산 남구종합사회복지관이 이주여성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마련한 열린 복합문화 공간. 노동부에서 예산 지원을, ㈜에프아이투어(여행박사)에서 장소를 제공했다. 이들은 카페를 운영하며 커피와 녹차를 파는 것은 물론 각국 전통 의상 입어보기, 전통놀이 체험 등 ‘다문화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한 카페지기들은 필리핀 출신이 5명, 베트남 2명, 일본 2명 등으로 20대에서 50대까지의 평범한 아줌마들이다. 이들은 돌아가면서 주방과 테이블, 화장실, 서브, 문화공간을 담당한다. 음료 제조법과 고객 응대법 등을 익혔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아 다음 달까지는 기본교육과 함께 쿠키 만드는 법도 배운다.
반장 역을 맡고 있는 필리핀 출신의 린다 아네즈 씨(36)는 “할 일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며 “이런 공간이 생겨서 너무 좋다”고 기뻐했다. 2001년 한국에 온 그는 두 아들을 키우면서 일이 하고 싶었지만 그동안 변변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4명의 자녀를 낳고 한국생활 11년째인 일본 출신 다케시마 히로미 씨(39)는 “부산은 제2의 고향”이라며 “집안일도 많고 바쁘지만 가족들의 도움으로 이곳에서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카페 점장 손경옥 씨(31)는 “이런 곳에서 더 많은 이주여성들이 일자리를 나눴으면 좋겠다”며 “돈이 모이면 결혼 위기나 형편이 어려운 다문화가정을 돕고 또 제2의 카페를 만들어 동료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게 카페지기들의 꿈”이라고 말했다. “다음에 또 오세요”라며 손을 흔드는 베트남에서 온 막내 느구엔티루 씨(26)의 소망도 일곱 빛깔 무지개가 머무는 ‘휴’에 사람이 넘쳐나는 것이란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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