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집단枯死 미스터리

  • 입력 2009년 5월 22일 02시 56분


강원-경남 등 300만그루 넘어
특별한 원인 없어 가뭄 탓 추정

“깊은 산 속의 소나무가 가뭄으로 말라죽었다는 소리는 칠십 평생 처음 듣는다.”

우리나라 산림의 대표 수종인 소나무가 죽어가고 있다. 경남 등 남부지방이 특히 심하다. 산림당국은 가뭄을 원인으로 분석한다. 그러나 “자연 상태의 소나무가 고사(枯死)한 전례가 거의 없어 정확한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남 밀양에서 경북 청도로 넘어가는 신대구부산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양쪽 산이 온통 벌겋다. 최근 내린 비로 신록이 우거져야 하지만 마치 제초제를 뿌린 것처럼 소나무 잎이 붉게 변하면서 말라죽고 있다. 암반이 많은 고지대가 심하지만 저지대도 예외는 아니다. 밀양시의 고사 소나무는 144ha에 약 18만4000그루에 이른다.

창녕군 고암면∼창녕읍 국도 24호선 도로변도 마찬가지다. 내륙은 물론 해안지역도 심각하다. 거제시는 410ha에 30만7000그루, 고성군은 1326ha에 3만500그루가 말라죽었다. 경남도가 집계한 피해는 3422ha 79만4500여 그루로 3월 초에 비해 10배가량 늘었다. 강원, 전남 등 전국적으로 80여 개 시군에서 말라죽은 소나무가 300만 그루 이상이다. 면적은 1만 ha로 추산된다. 각 자치단체는 고사목 정비에 나서고 있지만 예산이 모자라 역부족이다.

고사 원인은 가뭄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가을 강우를 동반한 태풍이 없었고 겨울 강우량 역시 최근 10년 사이 최저였다. 산림청 관계자는 “겨울철 이상 고온이 이어지면서 상록수인 소나무가 과도한 수분 손실로 말라죽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해 소나무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분석했지만 다른 원인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솔껍질깍지벌레 등 해충이 나타날 시기인 데다 고사목에서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가 우화(羽化·곤충이 유충에서 탈피해 성충이 되는 것)할 가능성이 있어 제거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된다.

산림청은 소나무 고사 피해가 시작된 지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김남균 산림보호국장을 위원장으로 대학교수와 공무원 등 32명이 참여하는 ‘소나무 가뭄피해 대책협의회’를 구성하고 21일 오후 밀양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지구온난화에 따른 중장기 가뭄피해 종합대책이 논의됐다. 경남도 관계자는 “홍수와 가뭄의 불규칙한 반복, 겨울철 이상 고온 등으로 상록수가 말라죽는 현상이 자주 나타날 것”이라며 “소나무 고사에 다른 원인이 있는지는 계속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밀양=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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