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간 198만명 관람… 경제효과 1600억 훌쩍
박람회 시설 테마파크로 활용 관광개발 청사진
2007년 12월 사상 최악의 환경재앙으로 기록된 허베이스피릿호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던 충남 태안군 앞바다. 1년 5개월 전의 매캐한 기름 냄새가 진동했던 죽음의 바다는 지금 꽃의 향기로 가득하다.
태안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꽃, 바다 그리고 꿈’을 주제로 열린 2009 안면도 국제꽃박람회가 20일 폐막됐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인간띠를 이뤘던 태안 앞바다에서 사람들은 ‘또 하나의 기적’을 이루어냈다고 입을 모았다.
○ 관람객 200만 명 육박
당초 충남도와 조직위는 경기침체와 태안의 ‘기름 유출’ 낙인 때문에 대회 성공에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때 나섰던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일등공신이 됐다. 2007년 12월부터 살을 에는 듯한 바닷바람에 맞으며 바위와 모래 등에 뒤엉킨 기름을 제거했던 이들은 1년여 만에 다시 태안 앞바다를 찾았다. 1억 송이의 꽃들은 자신들의 자태와 향으로 이들을 따스하게 맞이했다. 조직위는 자원봉사를 다녀간 123만 명(연인원) 중 꽃박람회장을 찾은 인원은 약 20만 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김종구 대회조직위원장은 “기름 유출 사고로 재앙의 바다로 영원히 낙인찍힐 뻔했던 바다가 다시 청정해역으로 돌아와 ‘기적의 땅’으로 남게 됐다”며 “태안 앞바다가 회복된 것을 200만 국민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돌아갈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 꽃 수출 확대+농가소득 증대 효과
꽃박람회는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와 정부의 공인 속에 열렸다. 태안군 안면읍 꽃지해수욕장의 주전시장과 인근 수목원 부전시장의 규모는 79만3000m². 7개 실내 전시관과 15개 야외 테마정원, 20개 소원(小園)에는 관람객들이 연일 길게 줄을 서는 등 붐볐다.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은 토피어리로 다시 태어났고, ‘불에 타도 꽃피는 나무’ 그래스트리, 세계적으로 처음 선보인 아이스크림 튤립, 이소연의 우주꽃 등은 관람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충남도는 당초 110만 관람객 유치 목표로 3100명의 고용 유발 효과와 1600억 원의 경제 유발 효과를 예상했으나 목표치를 크게 웃돌면서 효과는 배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국내 화훼산업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림으로써 수출시장이 확대된 데다 꽃 소비문화의 저변 확대로 화훼농가의 소득 증가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 꽃 테마파크로 활용
충남도는 박람회가 열린 꽃지해안공원을 2015년까지 ‘꽃 테마파크’로 활용하기로 했다. 현재의 시설을 수익형 공원(유료)으로 운영할지, 일반 해안공원으로 무료 개방할지를 이달 중 결정한다. 이 밖에 태안지역을 녹색관광의 메카로 육성하기 위해 안면송 군락지(391ha)와 신두리 사구(120만 m²) 등 생태자원에 대한 특별보전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태안해안국립공원을 따라 펼쳐진 천리포수목원(60ha)과 32개 해수욕장, 119개 섬, 42개 항·포구를 연계한 새로운 관광루트를 개발하기로 했다. 이완구 충남지사는 “기름 유출 피해 극복이라는 의미를 담아낸 꽃박람회의 성과를 고스란히 태안의 생태자원을 활용한 관광산업 개발로 이어가도록 하겠다”며 “범국민적 성원과 값진 성과를 오랫동안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태안=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