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봉에 눈 찔린 의경 부상 심각

  • 입력 2009년 5월 22일 02시 56분


전의경 부모 재발방지 요구

“화물연대 폭력 시위 처벌을”

16일 정부대전청사 앞에서 벌어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시위에서 죽봉에 눈을 찔린 서울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15중대 강호경 일경(21)의 부상 상태가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강 일경은 사고 당일 왼쪽 눈 각막이 손상돼 충남대병원에서 각막 봉합 수술을 받은 뒤 18일부터 집 근처인 부산 서구 동아대병원에서 플라스틱 안구 보호대를 두른 채 추가 수술 날짜를 기다리고 있다.

강 일경의 어머니 장순덕 씨(50)는 “정밀진단 결과 눈동자를 받쳐주는 뼈인 안와골이 부러졌고 눈물샘이 파열돼 추가 수술이 필요하다는 담당 의사 소견이 나왔다”며 “안와골 수술을 앞으로 2주 안에 받아야 될 정도로 심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일경도 “실명 위기는 아니지만 담당 의사 선생님 말을 들어보면 눈 상태가 심각한 것 같다”며 걱정했다. 강 일경은 “평소에 안경을 쓰지 않았는데 수술 뒤 시력이 회복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그런 무시무시한 시위현장은 처음이다. 시위현장에서 폭력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 일경은 서울경찰청 1기동대에서 군 생활을 한 친형의 권유로 지난해 9월 의경에 지원한 뒤 사고 당일 대전 집회 현장으로 파견됐다.

한편 전·의경 부모들로 이뤄진 전의경사랑부모모임 회원들은 21일 오후 대전지방경찰청을 방문해 경찰이 전·의경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시위 진압을 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이들은 “죽창이 난무한 시위에서 전·의경을 비무장 상태로 시위대 앞에 세운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무모한 작전이었다”며 경찰의 해명을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회원들은 “시위가 격화되기 전에 5t 트럭 2대에 죽창이 보여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이 사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시위 진압 때 전·의경의 안전을 먼저 고려해 달라”고 말했다. 이들은 시위대가 사용한 것은 죽봉이 아니라 ‘죽창’이라고 강조하고, 대전지검과 대전지법을 방문해 과격 시위 재발 방지를 위해 화물연대 시위 가담자들을 엄정히 처벌해 줄 것을 요청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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