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과 패션 결합시키면 경쟁 있는 상품 나올것”
“서울에서 공직 생활의 대부분을 보내는 바람에 지역 사정에 어둡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무슨 일부터 할지 차분히 구상해 대구문화재단이 해야 할 일에 대한 청사진을 이른 시일 안에 내놓겠습니다.”
20일 취임한 대구문화재단 김순규 대표이사(63)는 “대구 문화와 예술의 현주소 및 실상을 파악해 재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우선 지역의 많은 문화 예술인을 만나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구를 첨단 문화도시로 만들 수 있는 독자적인 아이템을 생각 중”이라며 “문화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남이 한다고 이것저것 흉내 내면 빛을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 예술의전당 사장 재직 당시 영국에서 공연하고 있던 뮤지컬 ‘맘마미아’를 국내에 들여와 공연 3개월 만에 30억 원의 수익을 낸 적이 있다”며 “작품성과 예술성 못지않게 문화 산업의 경제성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산업도 근본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한다”며 “지역 문화산업이 돈을 버는 산업이 될 수 있도록 관심을 두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문화재단의 기금 지출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문화 예술인들이 직접 기금의 지출 명세를 심의하거나 심사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구에서 해마다 오페라와 뮤지컬 축제가 열리고 있으나 이 같은 축제와는 별개로 독자적이고 차별화된 문화 브랜드를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북 의성군 출신인 그는 경북대 사대부중과 경기고, 국민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당시 문화공보부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뒤 문화정책국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거쳤다. 2001년 4월부터 3년 동안 국내 최대 문화예술센터인 예술의전당 사장, 전국문예회관연합회 회장 등을 지냈다.
대구문화재단은 대표이사 선임이 늦어져 그동안 미뤄진 직원 채용 절차를 이달 말부터 시작해 다음 달까지 마무리할 예정이어서 7월부터는 정식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재단은 2003년 대구에서 열린 하계유니버시아드 잉여금 140억 원과 대구시문예진흥기금 등 194억 원의 기금으로 지역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정책개발, 창작활동 지원 등의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김 대표는 대구시와 재단의 역할 분담에 대해 “시 문화예술 담당 부서와 정기적으로 협의를 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공직생활을 통해 쌓아온 문화 행정의 노하우도 기꺼이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잘되는 오페라나 뮤지컬 작품을 가져와 대구에서 공연하는 방식으로는 대구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갖추기가 어렵다”면서 “대구가 섬유도시인 만큼 왈츠와 같은 음악과 춤을 패션에 결합하면 경쟁력 있는 문화상품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