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봐라, 우리도 할 수 있잖아! 국영수만이 공부가 아니에요. 전자 분야에서 1등 하는 실력을 키우면 서울의 학교와도 경쟁할 수 있다. 자신감을 갖자.”
21일 경북 영천시 화남면 삼창리 영천전자고 강당에 모인 전교생 250명은 조인호 교장(51)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학교 학생들이 영진전문대가 주최한 ‘제12회 영진전국고교생 정보기술활용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데 따른 행사였다. 전국에서 37개 고교가 참가한 이 대회에서 이 학교 2학년 최갑영 군(18)이 대상을 차지했고, 2학년 김율헌 군(18) 등 4명이 동상과 장려상을 받았다.
면소재지에서 1km가량 떨어진 영천전자고 주변은 모두 논과 밭이다. 1952년에 개교한 전통 있는 학교지만 많은 농촌 학교처럼 이곳도 학생이 감소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교직원들의 노력으로 ‘희망’을 찾고 있다. 이번 대회의 결실도 그저 얻어진 게 아니다. 특히 김준한 지도교사(47)는 대구 동구 신서동의 집에 늘 자정 무렵에 들어간다. 오후 10시나 11시까지 학생들과 부대끼며 실력을 키우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방학이면 자비를 들여 서울의 대학 등에서 열리는 로봇기술연수나 컴퓨터 연수에 참가한다.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을 하기 위해서다. 그는 “교육 여건이 부족하면 그만큼 더 노력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지난해 경일대에서 열린 창업동아리 경연대회에서 이 학교 학생들은 최우수상을 받았다. 학교 측은 2002년 농악부를 창단했다.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농악부(40명)는 국무총리상을 받을 정도로 수준급이다. 조 교장은 “내년부터 모바일 전자와 디지털 전자 분야 특성화 고교로 새 출발을해 학생도 전국 단위로 모집하게 됐다”며 “학교를 실무중심 직업교육의 산실로 가꿔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