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울산 공업탑 로터리는 불법 광고탑 로터리?

  • 입력 2009년 5월 22일 06시 54분


10여m 높이 10개 설치도

신호등 가리는 등 교통 방해

울산공단 조성(1962년)을 기념해 1967년 건립된 울산 남구 신정동의 울산 공업탑(울산공업센터 조성 기념탑) 로터리에는 현재 10여 m 높이의 광고탑이 5개 설치돼 있다. 이달 초에는 이곳에 10개의 광고탑이 공업탑을 에워싸고 빽빽하게 설치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 시민은 울산의 관문인 이 공업탑 로터리가 ‘광고탑 로터리’로 바뀐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현재 공업탑 로터리에 설치돼 있는 광고탑은 ‘2009 세계 양궁선수권대회’ ‘전국 노래자랑대회’ ‘2009 울산컵 세계윈드서핑대회’ ‘국제락페스티벌’ ‘농협 울산유통센터 준공’ 등이다. 이들 광고탑은 공업탑을 둘러싸고 있는 화단(지름 50여 m) 옆 도로(교통섬)에 철근을 박아 철사로 고정해 놓고 있다. 이로 인해 철근이 박힌 도로는 곳곳이 훼손됐으며, 광고탑을 고정시키는 철사 때문에 차량 통행이 지장을 받기도 한다.

또 광고탑은 광고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공업탑 로터리로 연결되는 5개 도로에서 정면으로 보이도록 설치돼 있어 로터리 내부 신호등을 가리고 있다. 택시운전사인 이모 씨(45)는 “로터리 주변에 화려한 색깔로 설치된 광고탑 때문에 신호등을 제대로 구분하기 어렵다”며 “운전석에서는 공업탑도 광고탑에 가려 초라하게 보일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이들 광고탑은 사실상 모두 불법으로 설치된 것이다. 울산 남구 관계자는 “공업탑 로터리 화단 주변은 주황색 실선이 그어진 교통섬으로 광고물 설치 허가가 날 수 없는 곳”이라며 “광고 효과가 좋은 이곳을 광고주들이 선호해 광고사 측이 관행적으로 설치해오는 것을 묵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 광고탑 중에는 관공서와 언론사 등에서 설치한 것도 상당수 있다. 공업탑 로터리뿐만 아니라 태화로터리와 신복로터리에도 광고탑이 무분별하게 설치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에게 교통 신호등을 가릴 수 있고 강풍에 광고탑이 넘어져 사고 위험이 있는 로터리 등지의 교통섬에는 광고시설물 설치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며 “광고탑 대신 일정 구역을 정해 플래카드를 설치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도시 미관을 저해하는 로터리 일대 교통섬에는 광고탑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등 광고시설물 설치 기준을 조만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울산 공업탑:

조각가 박칠성 씨의 작품.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울산 인구가 50만 명(탑 설치 당시 10만 명, 현재 110만 명)이 되기를 기원하는 5개의 콘크리트 기둥이 32m 높이로 설치돼 있다. 탑 꼭대기에는 세계 평화를 상징하는 월계수 잎으로 감싼 지구본이, 탑 아래에는 근면과 인내를 상징하는 2개의 남성상과 힘찬 도약을 상징하는 여성상이 각각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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