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오재학]KTX 역세권 개발, 균형발전 기회로

  • 입력 2009년 5월 26일 02시 56분


경부고속철도는 2010년까지, 호남고속철도는 2017년까지 전 구간이 개통된다. KTX를 이용하면 전국이 1, 2시간 안에 이동할 수 있는 새로운 도시생활권으로 변한다. 국민의 80% 이상이 KTX 서비스권역에 거주하면서 전국이 하나의 도시처럼 변할 것이다. KTX의 빠른 이동성으로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가 태동한다. 즉, 하이스피드 KTX 경제권이 출현한다.

문제는 KTX가 지역경제 활성화 및 지역균형발전을 촉진하는 순기능과 서울 수도권 집중을 더욱 심화하는 역기능을 모두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KTX가 개통된 뒤 지방 이용자가 병원 백화점 학원 등 서비스 수준이 높은 수도권으로 쏠리는 현상(빨대효과)이 나타나고, 지역경제 위축에 대한 우려마저도 지적된다. 우리나라는 고속철도를 건설 운영 중인 일본 프랑스 독일과 비교하여 고속철도 투자를 경제발전에 효과적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KTX 역세권 개발을 계획하지만 매우 지지부진하여 지역경제 발전으로 연결되는 효과는 거의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일본의 경우 일본철도(JR)를 중심주체로 신칸센 역세권을 지속적으로 고도 개발하여 JR의 경영수익 향상뿐만 아니라 해당 지자체의 지역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도 고속철도 정착역이 있는 지역역세권을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지속적으로 개발한 결과 고속철도 개통이 지역 간 균형발전에 순기능적 역할을 하고있다. KTX 개통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국가경제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KTX 경제권 개발에 대한 국가 차원의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시급하다. 크게 세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첫째, KTX 역세권을 거점으로 지역별로 특성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특성화된 비즈니스 모델이라 함은 다른 도시나 지역에는 없거나 질적 수준이 월등해 경쟁력 있고 차별화되는 서비스 지역경제를 의미한다. 이제는 고객대상이 해당 도시나 지역의 협소한 공간 범위를 벗어나 전국의 도시를 상대로 경쟁한다는 전국 공간 개념을 가져야 한다.

둘째, KTX 역세권의 토지 이용을 고도화해야 한다. 역세권 개발사업의 원활한 진행은 성공적 재원조달과 수익성 확보에 있다. 이를 위해 철도 역세권 개발에 관한 법제도를 과감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일본 신칸센 역세권 개발과정을 살펴보면 민영화된 JR가 추진 주체가 되어 고속철도 건설과 운영, 그리고 역세권 개발을 함께 통합 추진했음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고속철도 건설, 운영, 역세권 개발이 철도시설공단, 철도공사, 지자체에 각각 분산돼 역세권 개발 추진이 지지부진하고 어렵다. 개발이 지연될 뿐만 아니라 재원조달에서도 진전을 보이지 못한다.

셋째, KTX 역세권은 대중교통중심(TOD)의 개발을 전제로 해야 한다. 편리하고 신속한 환승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진국형 복합환승센터를 KTX역에 건설해 도시철도 광역철도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 보행과 자전거 등 녹색교통수단이 중심이 되는 역세권 개발이 되어야 한다.

지역 특성화 개발, 역세권 고밀 개발, 대중교통중심 개발을 중심으로 하는 KTX 역세권 특성화 개발은 녹생성장 정책은 물론이고 현 정부에서 발표한 5+2 광역경제권과도 잘 연계한 추진이 가능하다. 광역경제권과의 연계는 국토 공간구조를 친환경교통수단인 고속철도망을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하는 계기가 된다. KTX 네트워크가 저탄소 하이스피드 경제를 발전시키는 새로운 교통축으로 발전하면 녹색성장과 경제위기 극복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오재학 한국교통연구원 육상교통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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