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막나” 주민반발속 긴장의 10시간
뒤늦게 격리후 입주민 검사-임시보건소 설치
보건당국 “국가적 위험사태에 비협조 아쉬워”
국내에서 처음으로 신종 인플루엔자A(H1N1)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강남의 C오피스텔.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300여 m 떨어진 번화가에 자리 잡은 이 오피스텔 일대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5일 이 오피스텔에는 의료진이 상주하며 감염 증상자가 있는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오피스텔에서 첫 감염자가 확인됐던 23일 긴박했던 움직임을 재구성해 본다.
이 오피스텔은 지하 2층부터 지상 2층까지 식당, 주점, 피트니스센터, 편의점, 치과와 같은 상점이 입주해 있다. 3층부터 21층까지는 객실로 외국에서 온 장기 숙박자와 비즈니스맨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23일 오전 이 오피스텔에 머물던 미국인 외국어 강사가 신종 인플루엔자 감염환자로 확진됐다. 보건당국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경찰 순찰차 2대가 오전 9시경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모두 4명의 경찰관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반이 출동했다. 보건소에서도 2, 3명을 급파했다. 경찰은 추가로 10명의 병력을 긴급 소집해 현장으로 보냈다.
갑자기 경찰과 의료진이 들이닥치자 입주민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경찰과 보건당국 관계자들은 출입을 통제하려고 했지만 인력 부족과 입주민 항의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입주민 출입을 허용해야 했다. 추가로 인력이 파견되기를 기다렸다. 곧 경찰에서 1개 중대 병력을 현장으로 보냈다. 경찰은 오피스텔에서 좀 떨어진 곳에 대기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오후 2시 반이 되자 보건당국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울 시내 10개 지역의 보건소에서 20∼30명의 의료진을 파견 받은 보건당국은 오피스텔 입주민에 대해 본격적인 통제를 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2개의 건물 출입구를 봉쇄했다. 주 계단과 비상계단을 막았고 4개의 엘리베이터 작동도 멈췄다. 비상 엘리베이터 1곳만 운행했으며 반드시 2층에 서도록 했다. 서초구 보건소는 2층 비상엘리베이터 앞에 24시간 운영체제의 임시보건소를 설치했다. 2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의료진으로부터 열이 있는지, 기침을 하는지 검사를 받아야 했다.
보건소 직원들은 조를 나눠 3층부터 21층까지 모든 방을 찾아 문을 두드렸다. 주말을 맞아 일찍 외출한 탓인지 비어 있는 객실이 많았다. 오후 7시 반까지 총 78개의 객실에 머물고 있던 사람들을 조사했다. 다행히 이 오피스텔의 최초 감염자였던 미국인 여성 강사와 함께 거주했던 사람들 말고는 감염 의심자가 없었다.
검사가 진행되면서 보건소 직원들은 입주민들의 거센 항의에 시달려야 했다. 아무도 건물 밖으로 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검사가 끝난 후 이상이 없는 사람에게만 출입증을 나눠줬다. 4시간이 넘도록 건물 안에 갇혀 있던 입주민들은 경찰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어떤 입주민은 “우리를 왜 가두느냐. 책임자 나와라”며 따졌다. “중요한 약속이 있어 나가야 한다” “연극을 보러 가야 하는데 연극 티켓 값을 물어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떤 사람은 “결혼식 예복을 맞추러 가야 한다”며 항의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자칫 국가적 사태로 커질 수 있는 사안인데도 협조하려는 사람보다는 사생활이 침해당한다는 불만을 가진 사람이 더 많았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25일 오전이 되자 오피스텔은 한결 여유를 찾은 듯했다. 1층 로비에 있는 4개 엘리베이터는 임시보건소가 설치된 2층부터 21층까지 운행을 재개했다. 비상계단도 2층부터는 이용이 가능하다. 보건소 직원 3명이 앉아 방문자의 이름, 나이, 연락처를 확인하고 호흡기질환 증상을 확인한 후 체온을 잰다. 검사를 하고 이상이 없을 경우 출입증을 내어 준다. 보건소는 교대 근무를 하면서 24시간 감시체제를 유지한다. 임시보건소는 이번 주말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