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대학 진학’ → ‘유능한 기업가’ 꿈이 더 또렷해지니까 공부 열의도 더 활활∼ 《전남 영광군 해룡고등학교 3학년 서미리 양은 매일 밤 12시가 가까워질 무렵에야 학교도서관을 나선다. 고교에 입학한 뒤 공부에 흥미가 생기면서부터 줄곧 이런 생활을 계속 해오고 있다. 6월 4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실시하는 모의고사를 준비하느라 요즘엔 더욱 긴장된 나날의 연속이다. 이번 시험은 ‘수능 전초전’이라는 생각때문이다. 시골에서 태어나 여태껏 시골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서 양은 하늘을 보면서 다짐을 한다. “내년 이맘때면 나는 서울 하늘을 바라보고 있겠지? 그때까지 최선을 다하자”라고 말이다.》 ○ 전교 1등…내 다음 목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겐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에요. 오로지 한 가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달려온 셈인데, 실제 그 일이 이루어지니 그 다음이 걱정이에요. 지금 성적을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겼지만 끝까지 열심히 할래요.” 서 양은 얼마 전 치른 중간고사에서 ‘전교 1등’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환호했다. 지역의 우수한 학생들이 모인 학교에서 ‘피나는’ 노력 끝에 얻은 결실이어서 기쁨이 더했다. 초등학교 시절 내내 그는 간신히 중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중학교 1학년 성적은 전체 200명 중 80여 등 수준. 그런데 친한 친구가 전교 60등에서 1, 2등으로 성적이 올라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내심 부러웠다. ‘수업시간에 충실하고, 배운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며 이해하는 공부방식’을 가졌던 친구를 그대로 따라 했다. 성적은 조금씩 올랐지만 ‘해룡고에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집에서 몇 분 거리에 있지만 영광군 내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하는 학교라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 게다가 시골학교임에도 독특한 교육시스템과 높은 대학 진학률로 전남 지역 학생들의 지원율이 증가하던 터였다. 중학교 내신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틈틈이 선발고사 시험 준비를 한 결과 전체 230명 중 40여 등으로 합격했다. 고교에 입학한 뒤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며 취약한 부분은 학교에서 운영하는 ‘무학년 보충수업’ 프로그램으로 보강했다. 이 프로그램은 교사들이 학교 홈페이지에 강의계획서를 올리면 학생들이 이를 보고 희망하는 과목을 선택해 수강하는 방식이다. 학년에 관계없이 들을 수 있다는 게 특징. 서 양은 “100여 개의 영역별로 세분해 진행되기 때문에 굳이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며 “한 교실에서 같이 수업을 듣기 때문에 선배에게 모르는 내용을 바로 물어볼 수 있는 점도 유익했다”고 말했다. ○ 공부 방해요소는 원천 차단하라 1학년 때 3등급이던 전 과목 평균성적이 2학년 3월 모의고사에서 1, 2등급으로 오르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1학년 겨울방학을 혹독하게 보낸 덕분이다. 서 양은 학교 보충수업을 마치고 오후 10시까지 학교도서관에서 스스로 공부했다. 일주일 단위로 학습계획표를 작성했고 거의 대부분 계획한 학습량을 완수했다. “솔직히 머릿속으로는 ‘공부를 해야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쏟아지는 잠, TV나 컴퓨터 같은 유혹에 흔들릴 때도 많았어요. 이것들을 뿌리치지 못했을 땐 제 자신에 대한 회의가 밀려왔죠.” 서 양은 ‘더 이상 같은 문제로 고민할 순 없다’고 판단한 뒤 제일 먼저 책상 주변을 정리했다. 주변이 산만하면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쉽다고 판단한 것. 또 ‘드라마를 보지 말자’ ‘OO대학에 갈 수 있다’ 같은 문구를 집안 곳곳에 붙여놓고 공부가 안 될 때마다 마음을 다잡았다. 휴일에는 집에 있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했다. ‘집에는 공부를 방해하는 요소가 많다’는 게 서 양의 설명. 그는 매주 주말에도 오후 10시까지 학교도서관에 가서 부족한 부분을 공부했다. 서 양은 학교 행사에도 빠짐없이 적극 참여했다. 학생회 임원이 돼서는 ‘비룡제’라는 학교 축제와 바자회를 주관했다. 또 5월 15일 열린 교내 체육대회에서는 학생회 체육부장으로 그동안 갈고닦은 체조 시범을 선보여 박수를 받았다. ○ 목표의식이 공부의 질 결정한다! 서 양에게 수학은 ‘기피대상 1호’였다. 모의고사는 항상 3, 4등급이었고 비슷한 등수대의 친구들에 비해 내신 성적도 낮았다. 그러다보니 수학 공부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일이 많았다. ‘수학 성적이 대입 성패를 좌우한다’는 선생님들의 지속적인 조언에 2학년 때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하루에 3시간 이상씩 수학공부에 투자했고 4가지 유형의 문제집을 각각 5회 이상 풀었다. 문제집은 개념서, 보통 수준의 문제집, 내신 대비용, 모의고사 대비용 고난도 용으로 마련했다. 개념서로 개념을 정리한 다음 보통 수준의 문제집과 내신 대비용 문제집으로 개념을 정확히 짚고 넘어갔다. 모의고사 대비용 고난도 문제집으로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반복해 익혔다. 사회탐구 영역은 개념서로 기본 학습을 끝낸 뒤 문제집의 해답지를 비교해가며 복습했다. 해답지가 개념서보다 더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틀린 문제뿐 아니라 헷갈렸던 문제, 어려운 유형의 문제까지 모두 해답지를 보며 꼼꼼히 확인했다. 외국어영역에선 어휘력이 취약해 단어 외우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또 매일 독해문제를 5개 이상씩 풀었고, 남들보다 30분 일찍 등교해 영어듣기 실전감각을 키웠다. 이외에 언어영역은 취약한 비문학 위주로 문제풀이에 집중했다. 그 결과 언어 및 외국어영역은 1, 2등급, 수리와 사탐영역은 1등급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서 양은 경영계열학과에 진학해 장차 유능하고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가가 되는 게 꿈이다. 지난해 11월 교내에서 실시된 하나금융그룹 김승유 회장의 특강은 진로를 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동안 좋은 성적으로 좋은 대학에 진학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고 정상에 오른 과정을 직접 들으며 정작 소중한 가치를 잊고 지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목표의식이 생기자 공부가 전보다 즐거워졌어요. 지방학교에도 ‘산 지식’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늘었으면 좋겠어요.” 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