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황재홍 서울물방울치과 원장은 지난해 10월 서울대와 삼성생명이 협약해서 만든 기부보험에 가입했다. 황 원장이 매달 일정액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사후에 받게 될 10억 원의 보험금이 각각 5억 원씩 서울대와 서울대 치과대학에 기부된다. 그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 기부하는 것보다 열심히 일할 수 있을 때 매달 조금씩 기부하면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가입자 8000명 넘어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보편화된 기부방식인 기부보험이 한국에서도 기부문화의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기부보험이란 가입자가 사망하면 수익자로 미리 지정한 사회공익단체, 학교 등에 보험금이 기부되는 보험상품. 지독한 불황에도 기부보험을 통해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의인(義人)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3월 말 기준으로 교보, 삼성, 메트라이프, 푸르덴셜, ING생명 등 기부보험을 판매 중인 5개 생명보험사의 기부보험 가입자 수는 8728명, 약정한 기부보험금은 1016억8080만 원이다.
2001년 국내에서 처음 기부보험을 선보인 곳은 외국계 보험사인 ING생명. 이후 교보, 삼성생명 등 국내 생보사들도 속속 기부보험을 선보였다. 국내에 나와있는 기부보험은 대부분 단체와 협약해 보험금을 전달한다. 교보생명은 아름다운재단을 비롯해 한국해비타트,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등 15개 단체를 후원하는 기부보험을 판매 중이다. ING생명 기부보험의 경우 유니세프한국위원회,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한국장애인재활협회 등 150여개 단체가 수혜자로 지정되어 있다.
최근에는 모교 대학발전기금 형태로 기부보험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생명은 2007년 한림대를 시작으로 연세대 원주캠퍼스, 서울대 등 대학과 협약을 체결해 기부보험을 선보였다.
●소액의 보험금으로 거액 기부
기부보험은 평소 소액의 보험료를 내다가 사망 시에 비교적 큰 금액을 기부할 수 있다는 게 특징. 대개 월 2~3만 원 안팎의 보험료를 10년 간 내면 사망 시 1000만 원을 기부할 수 있다.
단체와 협약되어 있는 기부보험에 따로 가입하는 것 외에 기존의 종신보험 가입자도 기부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후원단체의 사업자등록증이나 고유번호증 사본 등을 갖고 보험사를 방문해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된다. 예를 들어 보험금의 90%는 가족에게, 나머지 10%는 특정단체에 지급되도록 수익자를 변경하는 방식이다.
푸르덴셜생명은 올해 초 사망보험금의 1%를 가입자가 지정하는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위시 플러스(Wish Plus)특약'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개인의 종신보험이 가족사랑을 위한 것이라면 기부보험은 이웃사랑으로 확장된 개념"이라며 "기부보험이 활성화되면 사회공익단체의 재정이 튼튼해지고 기부문화의 저변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