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앞둔 22일 오후 자녀와 함께 인천 중구 항동 인천종합어시장을 찾은 주부 김소정 씨(40)는 상점마다 진열된 싱싱한 꽃게를 보며 한동안 지갑을 만지작거려야만 했다. 살이 꽉 차고 등딱지에 알을 품어 매년 5월이면 미식가의 입맛을 돋우는 꽃게를 쪄서 식탁에 올리고 게장도 담가 둘 계획이었지만 지난해에 비해 가격이 올랐기 때문.
꽃게가 많이 잡힌 지난해 가을에는 kg당 2만5000원 안팎에 구입할 수 있었지만 이날은 3만3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당초 꽃게 4kg을 사려고 했던 김 씨는 가격에 부담을 느껴 발길을 돌리려고 했으나 자녀들 성화에 못 이겨 결국 2kg을 샀다. 그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살림살이도 팍팍해져 요즘 꽃게 가격은 꽤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봄철 최고의 영양식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꽃게가 제철을 맞았지만 요즘 주부들은 한결같이 가격이 비싸다고 입을 모은다. 어민들이 인천 앞바다에서 잡아 올린 꽃게를 비롯해 각종 어패류를 위탁 판매하는 인천·옹진수협이 4월 1일∼5월 21일 판 꽃게는 모두 92만5564kg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위탁 판매한 122만4000kg에 비해 24.4%나 줄었다.
이에 따라 꽃게 경매가도 현재 암게의 경우 kg당 2만8000∼3만 원 선으로 지난해 5월 2만4000∼2만7000원보다 20%가량 올랐다. 인천종합어시장과 남동구 소래포구어시장 등에서는 암게가 소매가로 kg당 3만∼3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꽃게요리 식당이 몰려 있는 연수구 옥련동 꽃게거리 등 인천지역 식당들도 가격이 비싼 데다 불황까지 겹쳐 된서리를 맞고 있다.
이같이 꽃게값이 오른 것은 예년에 비해 꽃게 조업이 늦게 시작돼 전체 어획량이 감소했기 때문. 보통 인천 앞바다의 꽃게 조업은 전국 최대 산지로 유명한 연평도와 덕적도 인근 해역에서 매년 3월 중순경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올해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돼 북한과 맞닿아 있는 접경해역에서의 조업이 통제되면서 조업 시기가 늦춰졌다. 매년 3월 20일을 전후로 조업했던 연평도의 경우 예년보다 15일가량 늦은 지난달 3일부터 꽃게잡이가 시작됐다. 결국 출어일이 줄어들며 꽃게 어획량의 부진으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가격이 올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꽃게값이 계속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인천 근해에서 어린 꽃게가 나타나는 비율은 어획량 급감으로 가격이 폭등했던 2007년에 비해 10∼30% 늘었다. 수온도 예년에 비해 1, 2도 상승했기 때문에 꽃게가 서식하는 데 유리한 조건이 지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해수산연구소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서해의 꽃게 자원량이 줄어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천종합어시장 박순관 총무과장도 “조업이 늦게 시작돼 출하량이 줄어든 가운데 맛이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진 5월에 꽃게를 찾는 사람이 늘어 가격대가 높게 형성됐다”며 “다음 달에는 수요가 감소하면서 값이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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