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철원군 주민들이 법정 전염병인 성홍열 논란으로 한바탕 법석을 치렀다. 발단은 22일 오후 10시 27분경 철원에 사는 김모 양(17·여고 2년)이 경기 고양시 일산의 모 대학병원에서 고열과 호흡곤란 증세로 치료를 받다가 숨지면서부터.
철원경찰서에 따르면 김 양은 21일 학교에서 수업 중 고열과 구토 증세를 보여 경기 포천의료원에서 진료를 받은 결과 증세가 성홍열과 비슷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그러나 철원보건소는 숨진 김 양의 몸에 성홍열 주요 증상인 붉은 발진이 없으며 가족이나 같은 반 학생들에게서 유사 증상이 나타나지도 않아 성홍열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로부터 나흘 뒤인 26일 오후 김 양이 다니던 학교 측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발진 여부를 조사했다. 박모 양 등 1학년생 8명이 미열과 발진 증세를 호소하자 학교 측은 인근 개인병원에서 진료를 받도록 했다. 박 양은 숨진 김 양과 같은 동네에 살고 같은 차량을 타고 수차례 귀가한 것으로 드러나 학교 측을 더욱 긴장하게 했다.
진료를 맡은 외과전문의는 성홍열 의심 증세라는 소견을 냈다. 이에 따라 큰 병원의 내과전문의로부터 다시 진료를 받도록 한 결과 2명은 인후염, 5명은 두드러기, 1명은 감기라는 진단이 나왔다.
철원보건소 관계자는 “혈액 검사도 했지만 전염병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며 “최근 신종 인플루엔자 영향으로 주민들이 과민하게 반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철원보건소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당분간 예의주시하기로 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