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범죄 정보수집 위법”국정원에 첫 배상 판결

  • 입력 2009년 5월 30일 02시 59분


“정보유출로 피해” 주수도 제이유그룹 회장 승소

국가정보원이 개인이나 기업의 비리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하는 행위는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국정원의 직무 범위를 제한하는 법원의 첫 판단으로, 판결이 확정되면 앞으로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기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5부(부장판사 문영화)는 29일 제이유그룹 주수도 회장이 “국정원이 불법 수집한 비리 정보를 토대로 작성한 보고서를 언론에 유출해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와 인터넷 언론사 오모 기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와 오 기자는 주 회장에게 2000만 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사회적 사건이라고 해도 이에 관한 정보 수집과 수사는 수사기관의 직무이지 국정원의 직무범위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국정원 측 대리인은 “국정원법상 국내 보안정보(대공 대정부 전복, 대테러, 국제범죄조직 등) 수집의 범위를 문구대로만 해석한 판결이다. 해외에서는 국가정보기관의 직무 범위를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국정원은 이번 소송에서 지면 국내 정보 수집 업무에 적지 않은 타격이 있을 것을 우려해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법률사무소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소송에 임했지만 패소했다.

국정원 정보수집팀은 2005년 1월 ‘제이유그룹이 비자금을 조성해 정관계 인사들에게 금품을 살포하고 해외 법인을 설립해 비자금을 밀반출한다’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내부 보고서와 로비 대상 리스트 2장을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했다. 이 사실은 국정원의 한 간부가 오 기자에게 이 보고서를 보여주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주 회장은 사기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2007년 10월 징역 12년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이 보고서 내용 중 뇌물 공여 등 일부 혐의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자 주 회장은 국가(국정원)와 오 기자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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