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남양주시가 친환경농업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세계유기농대회 개최지로 선정됐고 매년 친환경농산물의 생산량과 재배면적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남양주시 조안면 일대 팔당 유역에는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가 밀집해 있다. 강력한 수도권 규제 때문에 농약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했던 덕분이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제 금을 함유하는 등 기능성까지 갖춘 농산물 재배에 나서 남양주 친환경 농업은 한층 주목을 끌고 있다.
○ 배, 딸기, 토마토까지…금으로 만드는 유기농산물
지난달 말 남양주시 진건읍 배양리 운신농장은 ‘금토마토’ 상태를 점검하느라 오전부터 분주했다. 유기농법으로 재배되는 이 토마토는 말 그대로 금이 들어 있다. 미세하게 분해된 금이 물과 함께 토마토 뿌리를 통해 흡수되기 때문. 공인기관 검사 결과 1kg에 280μg의 금이 검출됐다. 화학비료나 농약이 사용되지 않은 데다 금까지 함유돼 서울 유명백화점 두 곳에서 3, 4개들이 한 상자당 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일반 토마토 가격의 3배 수준이다.
‘금 농산물’은 지난해 배, 올해 딸기에 이은 세 번째 성공작품이다. 유기농법에 더해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다는 금을 함유시켜 일반 농산물보다 서너 배 높은 가격에 팔 수 있게 돼 농민들의 기대감이 크다. 이 농장 강금자 씨(57·여)는 “재배하기 힘들지만 소비자들이 안전한 유기농을 점점 더 선호하고 있어 미래를 보고 유기농으로 전환했다”며 “금 농산물 등 기술을 접목하면 안정적인 고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규제가 불러온 복
남양주시에서 유기농가가 밀집한 지역은 조안면 팔당 유역이다. 이곳은 1978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1982년 무렵부터는 농약 사용도 제한을 받았다. 당시에는 “농약 없이 어떻게 농사짓느냐”며 음성적으로 농약을 뿌리다 행정기관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강력한 규제 때문에 농약 사용이 금지되고 소비자들의 인식이 친환경농산물을 선호하면서 자연스럽게 유기농법이 뿌리내리게 됐다. 팔당 일대에서는 지금까지 66농가가 51ha에서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조안면 송촌리 이장 주재동 씨(49)는 “강력한 규제가 지역 소득을 높이는 복덩어리가 됐다”며 “팔당 일대 유기농업의 영향으로 시 전체의 친환경농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양주시의 친환경 잎채소류는 수도권 소비시장의 30%가량을 점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농협의 친환경 농산물 브랜드인 ‘아침마루’ 상표를 달고 팔려나가고 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도매시장에서도 참나물, 아욱은 점유율 1위에 올라 있고 9개 품목은 2∼9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 아시아 첫 세계유기농대회 개최
지난해 6월 24일 남양주시는 2011년 제17회 세계유기농대회 개최지로 결정됐다.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IFOAM)이 주관해 3년마다 개최되는 행사로 대회 기간에는 연맹의 총회와 유기농업 학술회의, 박람회 등이 열리게 된다. 소비자들의 높은 안목과 우수한 농업기술이 뒷받침돼야 개최지로 선정되기 때문에 남양주시가 세계적으로 우수한 친환경농업도시임을 증명한 것이다.
이석우 남양주시장은 “인구 50만 명을 넘어 자체 소비시장도 클 뿐 아니라 서울과 인접해 전국 어느 지역보다 빠르게 신선한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다”며 “세계유기농대회를 통해 세계적인 친환경농업의 메카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양주시는 시 조직 내에 세계유기농대회 추진기획단을 신설하고 친환경농업에 동참하는 농가에는 친환경 농자재 구입 비용의 80%를 지원하고 있다. 또 친환경농가를 위한 중소규모의 유통센터를 지어주고 판매처 알선과 홍보 등의 활동에 나서는 등 친환경농업 확산 시책을 펴고 있다.
남양주=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친환경농산물:
유기농산물, 무농약농산물, 저농약농산물 등 3가지로 분류된다. 유기농산물은 2, 3년의 전환 기간을 거쳐 유기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농산물. 무농약농산물은 유기합성농약은 일절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는 권장량의 3분의 1 이내를 사용해 재배한 농산물. 저농약농산물은 화학비료는 권장량의 절반 이하를 사용하고 농약은 기준의 절반 이하로 뿌려 재배한 농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