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갚겠다” 채권자 유인해 망치로…

  • 입력 2009년 6월 2일 02시 59분


10억 빚에 살인한 형제 구속

형제는 1년 전 조모 씨(48)에게서 10억여 원을 빌렸다. 마땅한 직업 없이 도박판을 전전하던 형제는 돈을 갚을 시기가 다가오자 돈을 갚는 대신 망치를 들었다.

지난달 22일 돈을 받으러 간다며 집을 나섰던 조 씨는 닷새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일 채권자를 망치로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형 주모 씨(47·경기 수원시)와 동생(39·전북 무주군)을 구속했다.

주 씨 형제는 지난해 한 친구로부터 “조 씨가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땅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돈을 빌릴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조 씨에게 접근했다. 이들 형제는 무주군에 있는 자신들의 땅에 곧 리조트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속인 뒤 이 땅을 담보로 지난해 5월부터 9차례에 걸쳐 10억7800만 원을 받아냈다. 형제는 조 씨에게 10%의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고 별다른 직업이 없던 조 씨는 이에 동의했다.

1년이 지나고 빌린 돈을 갚을 시기가 되자 형제는 고민에 빠졌다. 처음부터 갚겠다는 생각으로 빌린 돈이 아니었다. 이들은 지난달 21일 법무사를 데리고 조 씨를 찾아가 “근저당을 해지할 수 있도록 인감증명서 등 관련 서류를 내주면 바로 돈을 갚겠다”고 했고 조 씨는 서류를 내주었다.

주 씨 형제는 22일 밤 “무주에 가야 돈을 갚아줄 수 있다”며 조 씨를 무주군 부남면으로 유인한 뒤 한 빈집으로 끌고 가 망치로 머리와 가슴 등을 15차례 때려 살해했다. 시신은 23일 오전 6시경 형의 논에 묻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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