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의 집념 ‘IT+문화’단지 낳다

  • 입력 2009년 6월 3일 02시 57분


4년 걸리던 인허가 한달로 줄여 수도권 기업 22곳 유치

2014년 춘천에 미니 신도시
국내최대 콘서트홀도 건립

2일 강원도청에서는 제조업체와 문화예술인들이 공존하는 국내 최초의 ‘전력 정보기술(IT)·문화복합산업단지’ 조성 및 기업이전에 관한 협약식이 열렸다. 협약식의 주인공은 김진선 강원도지사와 이광준 춘천시장, 그리고 기업 대표들. 그러나 이들의 뒤에는 숨은 주역들이 있었다. 수도권에 소재한 22개 기업을 산업단지에 유치하기 위해 1년여 동안 공을 들인 강원도와 춘천시의 담당 공무원들이었다.

두 기관의 기업 유치는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서울과 경기 안산, 광주, 부천 등지에 있던 전력IT 기업들이 함께 입주할 새 용지를 찾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된 것은 지난해 봄. 이들 기업들은 경기 김포와 인천 검단 지역을 유력한 대상지로 검토하고 있었다.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든 강원도는 기업들에게 신속한 인허가, 국비 지원금 혜택 협조, 빠른 기반 시설 조성 등을 제시하며 악착같이 달라붙었다. 김진선 지사는 지난해 7월 업체 대표들을 찾아가 춘천으로의 이전을 요청했고 실무자들은 수도 없이 업체들을 방문했다. 1인당 3∼5개 업체를 맡아 대표에서 하급 직원들까지 수시로 만나 설득했다. 강원도 기업유치과 안권용 사무관은 “피 마르는 세일즈맨의 심정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강원도가 제시한 조건과 정성이 통했는지 업체들은 지난해 7월 초 춘천으로 이주하겠다는 뜻을 비쳤고 7월 17일 강원도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 도와 춘천시는 이후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곧 인허가 공무원들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한 뒤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들의 도움으로 통상 1년이 걸리던 산업단지계획 수립은 5개월 만에 완료됐고 올해 4월 24일 승인 신청에 이르렀다.

종전 같으면 승인 신청에서 최종 허가가 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약 4년여. 하지만 이번에도 일사천리였다. 공무원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다니며 현장을 확인하고 서류를 준비했다. 지난해 6월 5일 제정 시행된 ‘산업단지인허가 절차 간소화 특례법’도 한몫을 했다. 결국 승인 신청 한 달여 만인 5월 29일 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회의 최종 승인을 얻었다. 경기 파주시 액정표시장치(LCD)단지의 인허가 기록 9개월을 8개월이나 앞당긴 초스피드 진행이었다.

22개 기업이 3878억 원을 들여 2014년 4월까지 조성하는 이 단지에는 생산·문화 시설과 주택단지 등이 들어선다. 특히 명승건축은 국내 최대 규모(2500석)의 콘서트홀과 700여 실의 문화예술인 체류시설, 300실의 창작 스튜디오 등이 포함된 아트센터 DAAM(Design & Art Academy of Myungsung)을 만들 예정이다. 이 단지가 조성되면 상주 문화예술인 750여 명을 비롯해 기업체 고용인원 2400여 명과 가족 등 약 1만 명이 거주하는 소규모 신도시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