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학생 돌보는 탈북 교장선생님

  • 입력 2009년 6월 3일 02시 57분


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월동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한민족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학교는 한국공항공사 직원들의 도움으로 최근 새롭게 단장했다. 김재명 기자
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월동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한민족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학교는 한국공항공사 직원들의 도움으로 최근 새롭게 단장했다. 김재명 기자
北서 10년 교사생활 최옥 씨 “배고파서…” 中거쳐 南으로
지난해 5월 대안학교 설립 재정난속 검정고시 4명 합격

열세 살 진우(가명)는 2007년 부모와 함께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왔다. 하지만 지난해 부모의 이혼으로 혼자가 된 뒤 진우는 마음고생이 많았다. 일반 학교를 다녔지만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한민족학교에 들어온 뒤 탈북 청소년들과 함께 지내면서 눈에 띄게 밝아졌다.

2일 서울 양천구 신월6동 200여 m² 크기의 낡은 건물 2층. 이곳의 대안학교인 한민족학교엔 탈북청소년 15명이 생활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한민족교회 최화목 목사 등의 도움으로 설립된 이 학교는 역시 탈북자인 최옥 교장(42·사진)이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 탈북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대안학교 가운데 탈북자가 운영하는 학교는 이곳이 유일하다. 김형곤사범대 수학학부를 졸업한 뒤 10여 년간 교사 생활을 했던 최 교장은 “식구들이 배고파하는 것을 참다못해 국경을 넘었고 중국에서 과외를 하며 돈을 모으다가 5년 전 한국으로 넘어왔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는 부모가 없거나 형편이 어려운 탈북청소년 5명이 기숙생활을 하고 10명은 방과후 교실에서 공부한다. 탈북 기간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일반 학교의 교과과정을 따라가기 어려운 아이들은 방과후 교실을 찾아 보충수업을 받는다. 교사는 새터민 3명을 포함해 모두 6명이다.

최 교장 등 새터민은 수학과 영어를 가르치지만 국어나 사회 과목은 지역아동센터에서 파견을 나온 직원들이 아이들을 가르친다. 최 교장은 “5월 치러진 검정고시에 4명이 좋은 성적을 받고 합격하는 등 교육성과가 높다”며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초등학교 과정에서 중학교 과정으로 교육 과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 교장의 고민은 재정적인 어려움이다. 하지만 지난달 30일에는 특별한 손님이 찾아와 아이들에게 기쁜 선물을 주고 돌아갔다. 한국공항공사 서울지역본부 기술단 소속 직원 26명이 찾아와 자신의 전문기술을 이용해 형광등 기구 등을 교체하고 바닥에 난방시설을 설치하는 등 리모델링을 해주고 컴퓨터도 고쳐 주었다. 이들은 또 아이들에게 160여 권의 책과 미술용품 및 학용품 등을 지원했다. 한국공항공사 강석준 과장(47)은 “다른 아동시설들은 여러 도움의 손길을 받고 있지만 새터민 청소년들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적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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