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경남海警 양귀비 밀경작 ‘체포작전’

  • 입력 2009년 6월 3일 06시 53분


한산도-죽도 등서 36명 적발

“비상약 아닌 마약… 절대금지”

경남 지역의 일부 섬 주민들이 인적이 드문 텃밭에서 마약의 원료인 양귀비를 몰래 재배하다 경찰에 적발되는 일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가정용 상비약으로 사용해온 오랜 관행 때문이다.

통영해양경찰서는 2일 통영 한산도와 사량도, 추봉도, 죽도 등의 섬이나 거제 지역 외딴 마을 텃밭에서 양귀비를 심은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모 씨(62) 등 36명을 적발했다. 해경은 이 가운데 20그루 이상을 재배한 19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양귀비 724그루를 압수했다. 이번에 적발된 섬 주민들은 대부분 60, 70대로 “사람이나 가축의 ‘비상약’으로 쓰기 위해 양귀비를 재배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지난해에는 섬 주민 30명이 양귀비 431그루를 재배하다 적발됐다. 특히 2007년에는 거제 칠천도에서 70대 노인이 텃밭에서 무려 2000그루가 넘는 양귀비를 위장막으로 가린 채 키우다 경찰에 붙잡혔다.

통영해경 이광노 외사계장은 “육지와 떨어져 의료혜택을 제때 받기 힘든 섬마을 일부 주민이 비상약으로 쓰기 위해 양귀비를 몰래 키우다 적발돼 처벌받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나이가 많은 섬 주민들은 양귀비가 장염 등의 배앓이에 효과가 있다며 양귀비 액을 오래전부터 비상약으로 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주민은 가축이 병에 걸렸을 때 줄기를 삶아 먹이려고 양귀비를 재배하기도 한다는 것. 통영해경 관계자는 “사람이나 가축이 급한 질병에 걸려도 의사나 수의사가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지체 되는 섬마을에서는 비상약으로 쓰기 위해 양귀비를 재배하지만 이는 마약의 한 종류여서 재배는 엄격하게 금지된다”고 말했다.

아편의 원료가 되는 양귀비를 밀경작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한편 5월 14일부터 7월 12일까지를 마약류사범 특별단속기간으로 정한 경남지방경찰청도 지금까지 양귀비를 재배한 95명을 입건했으며 양귀비 6768그루를 압수했다. 경남경찰청 마약수사계 양미애 경사는 “섬 지역은 해경이, 육지 쪽은 일선 경찰서가 헬기 등을 동원해 양귀비 밀경작을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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