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진 검찰총장의 사퇴로 검찰 내에서는 지금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팀으로는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의 나머지 수사를 마무리 짓기 어렵다는 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구속영장 기각-임 총장 사퇴’로 대검 중수부가 직접 관련된 충격적인 일들이 이어지면서 수사를 계속 끌고 갈 동력이 소진됐다는 것이다.
실례로 수사 자체가 휘청거리면서 관련자들이 조사에 불응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대검의 한 검사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돈을 줬다고 진술한 피의자 등 사건 관련자 일부가 소환을 거부하며 뻗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와 검찰 일각에서는 일단 수사를 보류하고 새로 수사팀을 구성해 나머지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 안팎에선 새 수사팀이 구성될 경우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을 비롯해 수사팀 구성원 상당수가 교체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그러나 그럴 경우 부분적으로 인사를 단행해야 하고 새 수사팀이 구성되기까지 수사가 지나치게 지연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따라서 이미 소환조사를 마친 정치인 등을 먼저 기소하는 등 형사처벌 수위를 결정한 뒤 아직 소환조사를 하지 못한 나머지 사건 관련자들은 새 수사팀에 맡기는 절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구속영장이 기각된 천 회장에 대한 재수사가 이뤄질지 관심이다. 현 수사팀은 영장 기각 직후 전면 재수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면 재수사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혐의를 밝혀내겠다는 의미다. 검찰 관계자는 “천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지 않고 전면 재수사를 한다면 수사가 언제 끝날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