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고래잡이(捕鯨·포경) 허용 문제를 놓고 해묵은 논쟁이 다시 일고 있다.
한국의 고래잡이 전진기지였던 울산 장생포 주민들이 고래잡이 허용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김두겸 울산 남구청장도 이달 중순 포르투갈에서 열리는 국제포경위원회(IWC)에 참석해 고래잡이 허용을 공식 요구하겠다고 밝힌 것이 논쟁의 발단이다.
장생포 주민들로 구성된 ‘장생포 고래문화보존회’는 남구 일원에서 고래고기 식(食)문화 보존을 위해 제한적으로 포경을 허용해 줄 것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1일부터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15일까지 2만 명의 서명을 받아 15∼27일 포르투갈 마데이라에서 열리는 IWC에 참석할 김 구청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고래문화보존회 고경구 사무국장은 “동해를 공유하는 일본은 연구 목적으로 매년 수천 마리의 고래를 잡고 있다”며 “바다 생태계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솎아내기 식’ 포경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솎아내기 식’ 포경은 현존하는 고래 83종 가운데 IWC의 포경 금지 대상인 대형고래 13종을 제외한 돌고래 등을 잡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
하지만 울산환경운동연합 오영애 사무처장은 “한국 연안에 서식하는 고래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포경 허용을 요구하는 것은 한국을 반(反)환경국가라고 대내외에 선포하는 것”이라며 “고래관광 등 고래를 이용한 생태관광 사업을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포경 허용국이 되려면 해당 국가 해역의 고래 개체 수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 결과를 IWC 과학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과학위는 다시 5년간 정밀 검증을 거쳐 IWC 총회에 정식 의제로 상정한 뒤 총회에서 회원국(72개국) 4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포경 허용국이 될 수 있다. 일본은 1992년까지 과학적인 조사를 마친 뒤 1994년부터 절차를 밟기 시작해 2003년부터 연구용 포경 허용국이 됐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