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 충격’ 정상문, 법정서 넋나간듯

  • 입력 2009년 6월 5일 03시 00분


첫 공판서 재판장이 본적 묻자 “기억 안난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4억 원가량의 뇌물을 받고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000만 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에 대한 첫 공판이 4일 열렸다. 그러나 정 전 비서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충격을 받았는지 공판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채 20여 분 만에 끝났다.

정 전 비서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규진) 심리로 열린 공판 법정에 넋이 나간 듯 휘청거리며 느릿느릿 걸어 들어왔다. 쑥색 수의를 입고 검붉게 상기된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앉은 정 전 비서관은 재판장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심지어 본적이 어디냐는 질문에도 “잘 기억이 안 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 전 비서관의 변호인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장례에 다녀오고 나서 정신적 부담감 때문인지 심신이 매우 불안정해 정 씨가 생각을 잘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인은 “검찰 수사 당시에도 진술이 이랬다저랬다 해 어떤 게 진짜인지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2주일간의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재판장이 “변호인과 생각이 같으냐”고 묻자 정 전 비서관은 잠시 머뭇거린 뒤 “황당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만 답했다.

재판장은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서거는 서거고 재판은 재판대로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공판 지연에 유감을 표시했다. 재판장은 더는 공판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듯 2주 뒤인 18일 2차 공판을 열겠다며 공판을 끝냈다.

한편 검찰은 2004년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당시 박 전 회장에게서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차관에게 징역 4년에 추징금 8억 원을 구형했다. 장 전 차관은 대체로 혐의를 인정했으며, 이달 19일 선고공판이 열린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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