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인선 착수… 대통령 방미후 지명할 듯

  • 입력 2009년 6월 5일 03시 00분


검찰은 어디로…임채진 검찰총장이 사표를 제출하면서 앞으로 검찰의 행보가 주목되는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청사에서 문성우 대검차장(오른쪽)과 한명관 기조부장이 점심식사를 하러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어디로…
임채진 검찰총장이 사표를 제출하면서 앞으로 검찰의 행보가 주목되는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청사에서 문성우 대검차장(오른쪽)과 한명관 기조부장이 점심식사를 하러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檢 비상상황… 후임 조기임명 공감대
‘박연차 팀’ 교체없이 내주 수사결과 발표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등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와 관련해 사퇴한 임채진 검찰총장의 사표를 5일 수리하고 후임 인선에 착수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기자들과 만나 “임 총장의 뜻이 확고해 사표를 수리키로 했다”면서 “당분간 문성우 대검 차장이 총장직무를 대행하는 체제로 가면서 후임자를 고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와 후임 검찰총장을 지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강화도의 전등사에 머물고 있던 임 총장은 5일 오후 퇴임식을 갖는다.

○ 새 검찰총장이 위기 조기수습해야

법무부와 검찰 내에서는 후임 검찰총장 인선이 이른 시일 안에 이뤄져야 ‘박연차 리스트’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후유증을 조기에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정부 개각 때까지 검찰 총수의 ‘공백’을 메우지 않고 문 차장의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지금의 위기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평상시라면 직무대행 체제로도 큰 문제가 없겠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임 총장 사퇴로 이어진 비상 상황을 ‘직무대행 체제’로 끌고 가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곧바로 후임 검찰총장 인선작업에 들어간 것도 이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는 얘기다. 조만간 새 검찰총장을 내정하더라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정식 임명까지는 한 달 정도 걸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대한 빨리 후임자를 정해 임시 직무대행 체제 기간을 줄이는 것만이 사태를 조기에 수습할 수 있다는 게 청와대와 법무부, 검찰 간의 공통적인 기류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4일 전국 검찰에 “동요하지 말고 검찰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만전을 기하라”고 특별 지시한 것도 지금의 검찰 상황이 비상 상황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검찰청은 이날 오후 문 차장 주재로 회의를 열어 현재의 대검 중수부 수사팀을 교체하지 않고, 이 수사팀이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 수사를 마무리하고 다음 주말경 수사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 후임 총장엔 권재진 서울고검장 유력

후임 검찰총장으로는 사법시험 20회인 권재진 서울고검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올라 있다. 차기 총장 후보군인 고검장급 간부들 가운데 권 고검장이 최고참이어서 새 검찰총장으로 지명되더라도 검찰 간부들의 후속 인사 폭을 최소화할 수 있어 검찰 조직을 큰 동요 없이 빠르게 안정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대구경북(TK)을 상징하는 경북고 출신으로 김경한 법무부 장관과 출신 학교가 겹치고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강희락 경찰청장 등 다른 사정기관장들도 TK 출신이라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권 고검장의 사법시험 동기인 명동성 법무연수원장과 1년 후배인 문성우 대검 차장(사시 21회)도 후보로 거론된다. 두 사람은 호남 출신이다. 문 차장과 사시 동기인 김준규 대전고검장, 이준보 대구고검장, 문효남 부산고검장, 신상규 광주고검장 등도 후보군을 이루고 있다.

○ 역대 총장들 임기 제대로 못 채워

임 총장의 퇴진이 확실시되면서 임 총장은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한 검찰총장으로 남게 됐다. 검찰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1988년 12월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이후 총장에 올랐던 15명 가운데 임기를 채우고 퇴임한 사람은 6명에 불과하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총괄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 자리지만, 동시에 그 칼에 스스로 베이기도 하는 등 바람 잘 날 없는 자리라는 얘기다.

임기제에도 불구하고 중도하차한 검찰총장들은 대체로 정권과의 마찰이 원인이 된 경우가 많았다. 특히 정권교체기에 두 정권 아래서 검찰총장을 맡았던 인사들은 정권과의 관계 유지가 순탄하지 못했다. 김대중 정부 말기에 임명된 김각영 전 총장은 검찰총장 임기를 존중하겠다는 노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총장직을 유지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3월 ‘검사와의 대화’에서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지휘부를 신뢰하지 못한다”며 노골적인 불신을 드러내자 곧바로 사퇴했다. 임 총장 역시 두 정권에 걸쳐 검찰총장직을 맡았으나 자신을 임명한 노 전 대통령을 수사하게 된 과정에서 겪은 ‘인간적 고뇌’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중도 사퇴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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