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으랏차차” 레슬링 돌풍… 산골학교의 기적

  • 입력 2009년 6월 5일 07시 05분


산청 단성中, 소년체전서 2년 연속 금메달 획득
권경우 코치 헌신적 지도… 지역사회 지원도 한몫

“으랏차차.”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시골 중학교가 레슬링 명문교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전교생이 200여 명인 경남 산청군 단성면 강누리의 단성중(교장 박영자).

이 학교 레슬링부 4명 가운데 주장인 3학년 임지현 군(15)은 최근 전남 함평에서 막을 내린 제38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 50kg급 그레코로만형 결승에서 금메달을 땄다. 156cm의 키에 평소 몸무게가 55kg인 임 군은 옆굴리기와 들어던지기로 상대를 제압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소년체전 금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또 2학년 성동운 군(14)도 42kg급에서 선전한 끝에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성 군은 “내년에는 꼭 금메달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1학년 ‘꿈나무’인 정준영 군(13)과 장성환 군(13)은 출전하지는 않았지만 경기 내내 선배들을 응원하며, 매서운 눈빛으로 기량을 익혔다. 단성중의 레슬링 ‘메달 사냥’은 제법 오래됐다. 1999년 경남도교육청 방침에 따라 레슬링을 교기(校技)로 채택했다. 이후 2003년 금메달, 2005년 은메달과 동메달, 2006년 금메달 등 소년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창원과 김해, 양산 등 경남도내 30학급 이상인 6개 중학교에 레슬링부가 있지만 단성중의 성적을 넘보지 못하고 있다.

농촌 학교에서 레슬링부가 선전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이 학교 김이회 교무지원부장은 “감독과 코치가 100명의 남학생 가운데 소질이 있는 학생을 잘 선발하고, 학교와 지역사회가 마음을 모아 지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남체육고에서 근무하다 2003년 단성중으로 옮긴 권경우 코치(35)의 성실성과 열성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재목(材木)을 보는 눈도 남다르다는 평가. 산청초등학교에서 씨름을 했던 임 군도 권 코치 눈에 들어 레슬링에 입문했다.

권 코치는 경기가 임박하면 진주시 집현면 자신의 집에 ‘캠프’를 차린다. 부인의 도움을 받아 학생과 숙식을 함께하며 기술을 다듬는다. 이번 체전을 앞두고는 부인이 인근 야산에서 산삼 한 뿌리를 캐와 선수들과 함께 다려먹었다. 결과를 놓고 보면 ‘약효’를 본 셈. 권 코치는 “시골 학교여서 선수 확보와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특히 격렬한 운동을 참고 견디도록 아이들의 정신력을 길러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 학생을 능가하는 농촌 학생의 ‘끈기’도 강점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임 군이 지난해 금메달 획득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가 단기간에 회복한 것도 이 같은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권 코치는 분석했다.

지역사회의 관심도 큰 힘이다. 조태규 감독은 “산청향토장학회와 산청생활체육회 등에서 선수 한 명당 연간 100만 원 이상 지원을 한다”고 말했다. 동문회에서도 수시로 격려한다. 박 교장은 “금메달을 딴 지현이의 아버지 임성규 씨(49)와 어머니 강미영 씨(48)는 가정형편이 어렵지만 항상 따뜻하게 레슬링부 아이들을 배려한다”고 말했다. 임 군은 이에 화답하듯 “(레슬링부가 있는) 경남체고나 마산가포고에 진학한 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겠다”며 “장래의 꿈은 체육교사”라고 포부를 밝혔다.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단성중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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