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우리도 할수 있다”
학교도 유학반 개설 열정
원어민 교사까지 ‘3박자’
“이젠 외국어고에서 실패한 학생들이 찾아올 정도가 됐죠.”
경기 성남시 분당대진고는 4일 공개된 학교 정보 공개사이트 ‘학교 알리미’(www.schoolinfo.go.kr)에 지난해 졸업생 중 27명이 해외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고 공시했다. 외고나 자립형사립고를 제외한 일반계고 중에서는 가장 많은 수다. 아이비리그에 속한 미국 코넬대나 일본 명문 와세다대, 게이오대 진학자도 포함돼 있다. 올해 해외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이 학교가 2006년부터 운영한 유학반 1기생들이다.
이 학교 김채흠 교장은 2004년 부임하자마자 ‘특목고 따라잡기’에 나섰다. 김 교장이 우선 주목한 건 해외 대학 진학. 신입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외고 유학 설명회에 교사를 직접 보내 정보를 수집했다.
김 교장은 “설명회에 다녀온 교사에게 물어보니 ‘우리도 원어민 교사가 있는데 못할 것 없다’고 말해 유학반을 시작할 용기를 얻었다”며 “열정 있는 선생님과 원어민 교사, 학교의 꾸준한 지원만 있으면 모든 학교가 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교장은 2004년 경기도교육청에 외국어교육과정 특성화학교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외국어계열(유학반) 개설을 위해서였다.
유학반이라고 별도 선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1학년 학생 중에서 지원을 받아 2학년 때부터 유학반을 편성했다. 이 학교 이봉규 국제부장 교사는 “유학반에는 성적이 조금 부족해도 꼭 해외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학생이 많다”며 “명문대가 아니더라도 해외로 나가겠다는 학생을 돕겠다는 것이 유학반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유학반은 외국 대학 진학에 필요한 맞춤 교육과정을 짜고, 학생들이 봉사활동이나 교내활동을 통해 진학에 필요한 경험을 두루 쌓도록 돕는다. 와세다대에 진학한 김영준 씨(19)는 “매일 아침 일본, 한국 신문을 읽고 원어민 선생님과 토론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며 “호스피스 자격증을 따거나 해비탯(소외 계층에 집을 지어주는 봉사활동)에 참여한 친구도 많았다”고 전했다.
서울 경복고도 해외 인재 유치에 적극적인 일본 리쓰메이칸대와 교류 협력을 맺고 학생들의 해외 대학 진학을 돕고 있다. 올해 경복고 졸업자 중 19명이 해외 대학에 합격했다. 15명을 해외 대학에 보낸 경기 용인시 태성고 역시 유학반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 초중고교 중 처음으로 교내에 공자(孔子)학원을 유치해 학생들이 중국 대학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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