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만찬장에 도청장치

  • 입력 2009년 6월 6일 02시 56분


지방 통신사 기자 2명 영장

한 지방 통신사 기자 3명이 강희락 경찰청장이 경기지방경찰청 간부들과 함께한 만찬에서의 대화 내용을 도청하다 체포됐다.

경기경찰청은 지난해 10월 설립된 경기 군포시 소재 아시아뉴스통신 소속 기자 장모(24), 노모(34), 윤모 씨(27) 등 3명이 4일 오후 경기 수원시 인계동 모 갈비집에서 강 청장 주재로 열린 만찬장 천장에 소형 MP3 녹음기를 달아 대화 내용을 도청하다가 경찰에 발각됐다고 5일 밝혔다.

강 청장은 당시 경기경찰청을 순시한 뒤 오후 6시 반부터 경기경찰청 간부들과 수행원 등 40여 명과 함께 2시간 가까이 이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경기경찰청 최원일 형사과장은 “오후 8시 20분경 만찬이 끝났는데 식당 종업원으로부터 만찬에 앞서 미리 행사준비를 하러 온 경찰 같은 누군가가 방에 왔다 갔다 했다는 얘기를 듣고 이상하게 여겨 종업원들과 함께 수색하다 만찬장 천장에서 녹음기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식당 종업원이 진술한 인상착의를 토대로 식당 주변을 서성거리던 장 씨와 노 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장 씨는 ‘시국도 안 좋은데 (경찰청장 만찬장에서) 술 먹는 부분을 취재하라. 녹음기를 설치해도 된다’는 선배 노 씨의 지시를 받고 도청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이 만찬이 끝난 후에는 식당 종업원들이 제지하는 데도 식당의 매출 명세를 확인하는 등 업무를 방해하고 주거 침입한 혐의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장 씨와 노 씨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업무방해, 주거침입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장 씨 취재에 동행한 사진기자 윤 씨는 불구속 입건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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