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고래잡이(포경·捕鯨) 허용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고래잡이 전진기지였던 장생포 주민들은 오래된 고래고기 식(食)문화 보전을 위해 제한적으로 포경을 허용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환경단체는 고래를 생태관광 상품으로 활용하거나 고래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활성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합니다. 양측의 의견을 소개합니다.》 [찬] 국제법 범위내 식문화 보전을 美-日-러도 허용… 우리 역사이자 문화 유산 울산 장생포는 울산의 역사와 문화 정체성을 나타내는 반구대 암각화의 혼을 이어온 곳이다. 고래는 반구대 암각화를 상징하는 동물로 잘 알려져 있다. 장생포는 1899년 러시아가 이곳에 포경기지를 설치하면서 고래를 잡는 포경항이 되었다. 장생포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는 포경이 여러 대에 걸쳐 내려오는 문화의 기반이다.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가 대형 고래 13종에 대한 상업적인 포경을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하기 전까지 우리 수산업법 제11조와 제12조(대형 포경 어업. 연안 포경업)에서 포획할 수 있는 고래의 종류와 선박의 규모 등을 규정하고 있었고 수산자원 보호령 제18조에서 포획한 고래를 양륙할 수 있는 지정항(港)과 시설 내용을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수산행정 당국이 어업 보상과 어업권 정비가 끝나자 수산업법과 자원 보호령에서 고래 및 포경이란 문구를 전부 삭제하면서 우리 연안에서는 모든 고래류를 잡지 못하게 되었다. 울산 장생포는 세계적 문화유산인 반구대 암각화의 혼을 이어받았고 고래축제로 우리나라 산업수도인 울산을 문화 아이콘으로 되살린 바 있다. 고래고기는 울산의 특별하고 소중한 식문화이기도 하다. 인간에게 먹을거리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 먹을거리의 다양화는 인류의 공영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햄버거 피자만이 지구촌의 먹을거리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에 인구밀도는 높고 부존자원도 풍부하지 않다. 하지만 국토의 삼면이 바다로 이뤄져 있어 수산 식문화 의존도가 예전부터 높았다. 고래도 수산식품의 하나로 6·25전쟁 이후 경제 사정이 어려웠던 시기에 우리 국민에게 값싸고 질 좋은 동물성 단백질의 공급원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장생포 주민들은 1986년 포경이 금지될 당시 4년만 지나면 포경이 재개될 것으로 알고 있었다. 국제포경규제협약에는 1990년 이후 풍부한 고래 자원이 있을 때 포경을 재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는 울산의 특별하고 소중한 식문화를 지키기 위해 포경 재개를 촉구한다. 수입에 의한 식문화가 아닌 우리 바다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환경 친화적인 식문화를 지키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책임도 안 질 사람들과 대책도 없는 소수의 환경론자가 포경에 대한 편협한 시각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 미국 일본 러시아 덴마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여러 수산국처럼 우리도 국제법이 허용하는 고래고기 식문화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고래가 다른 어족자원의 생태를 위협하면서 우리나라 연근해의 먹이사슬이 파괴돼 자칫 후손들에게 고래자원은 물론이고 다른 어족자원까지 물려줄 수 없는 잘못을 범하지는 않을지 심히 우려된다. 고정구 고래문화보존회 사무국장 [반] 불법포획 막고 생태조사 먼저 고래와 고등어 생태적 가치 구분 못하나 고래잡이 모라토리엄은 1986년 정부 스스로 결정했다. 국제포경위원회는 고래보호협약이 아니기 때문에 고래잡이를 고집하는 나라에는 제한포경 생계포경 과학포경 혼획 등 예외조항을 열어두고 있다. 역설적으로, 포경을 못하는 것은 정부의 조사능력 부재 때문이다. 국제포경위원회는 멸종위기에 있는 13종의 고래에 대해 상업 포경을 금지하고 있으며, 고래잡이의 표적으로 흔히 ‘솎아낸다’고 하는 밍크고래가 포함된다. 정부는 고래에 관한 어떤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고 불법포경, 혼획 방치로 밀렵국이라는 오명을 안겨 주고 있다. 고래 이용에 대한 비전이 없으니 포경에만 집착해 포경을 반대하는 이유를 환경단체에 묻는 등 적반하장이다. 게다가 멸종위기에 처한 고래고기의 식문화 보존 추진에 국가예산을 쓰는 몰상식이라니, 고래와 고등어의 생태적 가치를 구분 못하는 생태적 무지에다 불법포획이 범죄라는 것에 대한 도덕적 불감증까지 있는 것은 아닌가. 고래가 늘어났다는 근거는 못 내놓고, 불법포획은 막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제한포경요청은 불법포획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생계포경국가나 과학포경을 하는 일본에 못지않게 불법포획과 혼획에 의해 고래가 유통되고 있으니 환경단체는 불법포경을 방치하지 말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배고픈 시절 잠시 고래고기를 먹었던 과거도 있지만 반구대 암각화 등 문화적 유산도 많다. 고래를 생태관광 상품으로 만들거나 고래 연구에서 해양강대국으로서의 명성을 얻는 길을 두고 먹을거리가 지천인데 멸종위기에 처한 고래를 식탁에 올리라고 누가 얘기하는가, 고래는 이타적인 행위를 하는 고등동물로 인간을 구한 기록도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다. 현상금까지 걸어 찾고 있는 우리나라의 귀신고래는 해안에 접근하던 고래였고, 돌고래는 사람 친화적이다. 지금 연안은 각종 시설과 유조선 등으로 고래의 접근이 어렵고, 해양 투기와 기후 변화로 해양환경이 악화돼 바다도 생명이 살기에 더는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게 보편적인 해양학자들의 분석이다. 해양환경에 눈을 돌려 고래가 더 많이 돌아오게 만들고 보호하는 길이 포경보다 더 큰 국가적 이익이 된다는 점을 믿어보자. 고래를 인간이 닿지 못했던 심해, 온갖 생명의 보고인 바다의 건강 척도를 알 수 있는 깃대종으로 삼아 연구를 충실히 하자. 고래가 살고 있는 바다, 그 바다에 인간의 미래도 함께 있다. 고래는 인간에게 많은 것을 줄 것이다. 과거엔 뼈와 살로, 지금은 바다의 알려지지 않은 신비를 알려줄 메신저가 되어 줄 것이다. 그리고 바다생태계의 조화, 균형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런 사고가 고래를 잡아먹겠다는 생각보다는 우리를 더 자유롭게 하지 않는가. 오영애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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