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 전형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시모집보다는 수시모집에 많이 포진돼 있다. 이 때문에 수시모집에 관심을 갖는 학부모와 수험생들은 입학사정관 전형의 핵심인 면접에 더 많은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 교과 관련 질문 배제하고 지문 제시도
면접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입학사정관들이 어떤 사람이냐를 아는 것은 면접 준비에 큰 도움이 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기 때문이다.
고려대는 일본 도쿄대, 프랑스 소르본대 등 해외 대학 박사학위 취득자와 정보기술(IT)업체 대표 등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들을 전임 입학 사정관으로 임명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연세대는 통계학 박사와 교육전문 연구원, 10년 이상 학내 입학관리 업무 경험자 등을 중심으로 입학사정관을 꾸렸다. 또 명예 교수나 퇴직한 고교 교장 가운데 10명 이상을 입학사정관으로 추가 위촉할 계획이다.
8명으로 구성된 이화여대의 전임 입학사정관은 교육학 행정학 등 박사 출신과 미국 학교 교사 출신 등이다. 이화여대는 이외에도 면접에 참여하는 교수 입학사정관 50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특히 자유전공학부나 국제학부 등 전공 적합성을 면밀히 따져야 하는 모집단위에서는 이화학술원의 석좌 교수를 참여시켜 원로 교수의 경륜을 심층면접에 활용할 방침이다.
한국외국어대는 김영식 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240명 규모의 입학사정관제 전문평가단을 꾸렸다. 전문평가단은 전임사정관 11명, 위촉사정관 100명, 교수사정관 128명 등으로 구성됐다. 위촉사정관에는 장병기 전 홍익대 총장, 김정길 전 법무부 장관, 홍기화 전 KOTRA 사장 등 전문적 역량을 지닌 인사들이 참여한다. 중앙대는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 통계 전문가, 홍보 관련 직장인 등 전임 입학사정관이 5명이다. 여기에 입학 업무를 오래한 교직원 가운데 5명과 교수 가운데 10명을 추가로 선발한다. 이외에도 현직 고교 교사 33명으로 구성된 입학사정관제 자문 교사단을 꾸려 일부 서류 전형에 참여시킬 계획이다.
서태열 고려대 입학처장은 “물론 양성 교육을 통해서 훌륭한 입학사정관이 만들어질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가진 여러 사람들이 모여 일종의 ‘입학사정단’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펜타곤형-문제은행식 등 질문방식 다양
고려대와 연세대는 입학사정관 전형 면접에서 교과 관련 질문을 가능한 한 줄인다는 방침이다. 고려대는 1단계에서 객관적으로 확인된 교과에 관한 질문보다는 비교과 중심으로 질문할 계획이다. 연세대는 1단계에서 비교과 영역이 반영되지 않는 만큼 2단계 면접에서는 학생들의 성장 배경과 독특한 경험에 대한 질문을 할 방침이다. 이 때문에 교과와 관계된 경시대회나 올림피아드 입상 성적 등은 면접에서 큰 가점을 얻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화여대는 전임 입학사정관과 교수 입학사정관 등 2명이 수험생 1명을 면접한다. 면접 시간은 10∼15분이며 지문을 통한 면접이 포함되는 것이 특징이다. 수험생에게 지문을 먼저 읽도록 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답변하도록 하는 형태다. 영어지문도 출제되는데 면접 시간 내 충분히 읽고 해석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면접이 서류 평가와 연계되도록 하기 위해 서류 평가를 2인 1조에서 6인 1조로 강화했다. 서류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뒤 이 내용을 면접에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
중앙대는 ‘펜타곤형 면접’ 방식을 개발했다. △학업수학능력(내신) △리더십 △봉사와 특별활동 및 수상실적 △역경 극복의지 문제해결능력 △국제화 능력 등 5가지 영역을 각각 9점 만점으로 면접을 통해 평가하는 것. 오각형으로 구성된 각 영역의 점수를 선으로 연결하면 면적을 구할 수 있게 되고 면적이 넓은 학생이 좋은 점수를 받는 형식이다. 박상규 중앙대 입학처장은 “면접에서는 서류전형에서 가점을 받은 요소를 중심으로 질문이 이뤄질 것”이라며 “펜타곤형 면접은 어느 한 분야에서 튀는 것보다 골고루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건국대는 입학사정관제 자기추천전형에 지원한 수험생 가운데 1차 서류 전형을 통과한 5배수 인원을 1박 2일 동안 면접한다. 면접은 개별면접, 집단토론면접, 발표면접 등으로 지난해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숙명여대는 입학사정관들의 면접을 위해 숙명역량기반면접(SM-CBI)이라는 새로운 면접 방식을 개발했다. 여기에는 1000여 개에 달하는 면접 질문들이 문제은행 방식으로 저장돼 사교육을 통한 입학사정관 전형 준비를 차단했다. 면접 질문들은 △인문적 소양 △글로벌 리더십 △창의적 전문지식 △이타적 열정 등 4가지 큰 범주에 해당하는 역량을 측정하는 것이며 다단계 면접으로 실시된다. 1단계는 집단면접으로 수험생들끼리 토론하며 2단계는 교수 입학사정관과 외부 전문가가 동시에 참여하는 패널면접으로 진행된다.
성균관대는 인문계의 경우 영어 면접을 진행하는 한편 사회 이슈에 대해 수험생의 생각을 정리하는 방식의 면접을 준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리더십의 개념은 무엇이냐,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등 명확한 정답이 없는 질문을 통해 수험생의 의사소통 능력, 논리적 표현력, 설득력, 잠재력 등을 평가하며 동시에 ‘학원형 수험생’에게 상대적 불이익을 줄 계획이다. 동국대는 면접에 참여한 모든 수험생을 대상으로 교수가 30분∼1시간 정도의 특강을 한 뒤 그 자리에서 특강에 대해 리포트를 작성해 제출하도록 하고 이를 바탕으로 면접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