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고형물 분리 부담 커”
최근 정부가 바다에 버리는 음식물쓰레기 폐수에 대한 배출 기준을 강화한 뒤 단속에 들어가자 관련업체들이 사실상 쓰레기 처리를 거부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발생한 음식물 폐수는 대부분 인천항에서 싣고 서해 바다에 내다 버리기 때문에 반발이 계속될 경우 음식물쓰레기 대란이 발생할 우려가 높아 인천시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9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0월 바다에 버리는 음식물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의 수분 함량(함수율)을 올해부터 92%에서 93%로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해양투기 규제업무를 담당하는 해경은 지난달부터 전국 110여 개 음식물쓰레기 처리업체를 대상으로 집중 단속에 들어갔다.
그러나 처리업체들이 소속된 ‘한국음식물류폐기물자원화협회’는 “함수율 기준에 맞추려면 음식물 폐수에 물을 섞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오히려 해양 배출량을 늘리는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함수율을 1%포인트 올릴 경우 폐수에 섞여 있는 미세한 고형물을 분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여기에 화학약품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재활용 과정도 복잡하고, 비용 부담도 크게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이들 업체는 지난달 27일부터 음식물 폐수 함수율 기준을 미달할 경우 일종의 허가서인 신고필증을 모두 반납하고,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음식물 폐수를 운반해 바다에 버리는 전국 19개 업체도 함수량이 미달되는 폐수는 받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처리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실제로 수도권 음식물 폐수를 바다에 버리고 있는 인천지역 3개 배출업체는 하루 평균 20t 탱크로리 차량을 기준으로 60여 대 분량을 처리했으나 최근 10여 대로 줄었다. 이에 따라 인천의 A업체는 하루 평균 70t에 이르는 음식물 폐수를 700t 규모의 저장탱크에 모아두고 있으나 12일경 가득 찰 것으로 보고 있다. 시는 음식물쓰레기 처리 작업 중단을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음식물 폐수를 서구 경서동 수도권매립지 폐수처리장으로 보내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해경은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미 2004년 해양환경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함수율을 95% 이상으로 규정했으나 관련업체들의 반발로 2007년 함수율을 92% 이상으로 내리고, 유예기간을 준 뒤 올해부터 93%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지난해 10월 1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과반수(56개 업체)가 가능하다고 답변했기 때문에 이 규정을 시행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고 본다.
음식물류폐기물자원화협회 관계자는 “현재 바다에 버리고 있는 하수찌꺼기와 축산폐수 등은 음식물 폐수에 비해 훨씬 오염물질이 많은데도 함수율 규제가 없다”며 “형평성에 맞게 음식물 폐수의 함수율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음식물쓰레기 수거작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며 “근본적으로 ‘육지에서 발생한 폐기물은 발생지에서 처리한다’는 원칙에 따라 육상 처리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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