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위 소속 전현희 의원, 병원측 변호 로펌 대표직 논란

  • 입력 2009년 6월 11일 02시 55분


《D로펌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병원들이 낸 약제비 반환소송을 거의 싹쓸이했다. 건보공단은 과잉처방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병원에 대해 약제비를 추징하는데, 병원들이 반발해 내는 소송이 약제비 반환소송이다. 현재 62건의 약제비 소송이 진행 중이다. 소송가액은 총 318억 원. D로펌은 이 가운데 39건(63%)을 맡았다. 소송가액 기준으로는 무려 99%에 이르는 313억5000만 원이다. 개인의원을 뺀 중대형 병원이 모두 D로펌을 소송 대리인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약제비 소송 39건 맡은 로펌
건보공단과 313억 놓고 맞서
전의원, 대표직 양도 주장
“소송에 아무 관여 안했다”

D로펌의 대표변호사는 민주당 전현희 의원(사진)이다. 전 의원은 의료정책을 입안하는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에 속해 있다. 전 의원은 치과의사 출신 변호사다. 의료계 환경을 잘 알기 때문에 대한소아과학회 대한안과의사협회 대한피부과학회 고문변호사,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가정의학회의 법률고문,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를 맡기도 했다.

의료계에서 이름을 알린 전 의원은 2002년 D로펌의 대표변호사가 됐다. 그 후 전 의원이 주목한 게 바로 약제비 소송이다. 전 의원은 병원 공개 강연에서 이 소송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쟁쟁한 로펌들을 누르고 서울대병원의 소송대리인이 됐다.

D로펌은 2007년 8월 서울대병원을 대리해 처음으로 건보공단에 41억1000만 원의 약제비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8월 법원은 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다른 병원들의 줄소송이 이어졌다. 병원들은 D로펌으로 몰렸다. 전 의원이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임기를 시작한 지난해 6월 이후에도 6개의 대형병원이 D로펌에 소송을 의뢰했다. 일반 소송의 경우 수임료는 3% 수준으로 알려졌다. 전 의원이 소송을 직접 담당하지는 않았다. 모든 소송은 로펌의 다른 변호사들이 맡았다. 전 의원은 10일 이를 근거로 “소송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단 한 푼의 경제적 이익도 얻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의 시각은 다르다. 대표변호사는 소송을 맡지 않아도 사실상 총괄하는 자리라는 것이다. D로펌은 전 의원이 의료 현안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국회 보건복지가족위 소속 위원이 된 후에도 최소 20여 건의 소송을 더 맡았다.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 의원은 국회의원이 된 후 동료변호사에게 대표 자리를 넘겨줬고 지분도 모두 정리했다고 해명했다. 전 의원은 “법적인 청산작업도 이달 중순에 마무리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D로펌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아직도 전 의원이 대표변호사로 돼 있다. 전 의원은 “대표변호사직을 넘긴 후 삭제해야 하는데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보건복지가족위에서 활동 중인 전 의원의 영향력을 기대하는 병원이라면 홈페이지를 보고 D로펌에 사건을 맡길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지난해 8월 민주당 의원들이 과잉약제비 환수의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해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전 의원은 이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전 의원은 “그 법은 17대 국회 때 발의됐다가 폐기된 법안을 재발의한 것으로 처음에 참여했던 의원들이 다시 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D로펌이 수임한 소송에 불리하게 작용할까 봐 법안 발의에 불참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전 의원은 “D로펌을 옹호하거나 약제비 소송을 거론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이런 진정성이 의심을 받는다면 상임위원회를 옮기겠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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