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장비 반입싸고 野의원-경찰 몸싸움…행사뒤 도로점거도

  • 입력 2009년 6월 11일 02시 55분


■ 6·10 집회로 몸살앓은 서울광장

《‘6월 항쟁 계승·민주회복을 위한 범국민대회’가 열린 10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일대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대회 참가자와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경찰은 서울광장을 봉쇄하거나 시민들의 광장 접근을 제한하지는 않았지만 거리 점거 등 불법·폭력시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했다.》

민노총-대학생 등 경찰 추산 2만여명 모여
민주당 “이게 국민에 봉사냐” 면박 듣기도

○2만 여명 범국민대회 강행

서울광장에는 10일 오후부터 사람들이 서서히 몰리기 시작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2가 향린교회에서 영결식을 마친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초대의장 강희남 목사의 노제행렬이 오후 3시 반 서울광장에 도착했다. 오후 5시 반엔 전국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소속 근로자 350여 명이 버스 8대에 나눠 타고 서울광장에 도착했다. 이들은 “일자리를 보장하라, 경제위기 책임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광장에 모인 시민들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알리는 전단을 배포했다.

범국민대회 개막 시간인 오후 7시가 다가오면서 고려대, 경희대, 성공회대 소속 학생회, 화물연대 등 노동자, 퇴근길 시민들도 속속 서울광장에 도착했다. 서울시가 경찰에 시설물 보호를 요청한 데다 경찰이 범국민대회를 불허하면서 무대 장비와 음향 장비의 반입을 막았으나 오후 6시경 민주당 의원과 시민들이 무대 장비를 둘러싼 경찰을 밀어내면서 행사차량이 광장으로 들어왔고 무대가 설치됐다.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오후 7시 범국민대회가 시작되고 야당 대표들의 시국연설이 이어졌다. 오후 8시경에는 경찰 추산 2만여 명(주최 추산 15만 명)의 시민은 광장에 자리 잡고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적힌 노란 풍선을 흔들며 “이명박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쳤다. 2부의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제에서는 배우 권해효 씨의 사회로 추모영상 상영과 시민발언 등이 이어졌다. 범국민대회의 공식행사는 오후 10시 10분경 끝났다.

일부 참가자는 오후 9시 반부터 도로를 점거하기도 했다. 10시 40분경 서울시의회 근처 12차로의 태평로에서는 4000여 명의 시민이 경찰과 대치하며 밀고 당기는 등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도 “도로에서 나가라”는 방송을 되풀이하며 해산을 유도한 후 11시 10분경 해산작전에 나서 시민들을 인도로 밀어냈다. 경찰 관계자는 “폭력 시위자에 대해서는 증거 수집을 통해 끝까지 추적해 사법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과 경찰, 아침부터 신경전

민주당 의원들이 전날부터 천막을 치고 밤샘농성을 벌인 서울광장에서는 민주당 등 야당 의원과 경찰이 하루 종일 크고 작은 마찰을 빚었다.

10일 오전 8시 40분경 행사 장비를 실은 트럭 7대가 광장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은 견인차를 이용해 차량을 끌어냈다. 야당 의원들이 이를 저지하면서 30분가량 몸싸움이 벌어졌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견인차 앞 유리창에 매달린 뒤 전경들에게 끌려 나가 체포됐다 풀려났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견인차 앞에서 실신해 병원으로 실려 갔고, 강기갑 의원은 전경들 어깨를 타고 올라가 헬멧을 두드렸다. 충돌이 발생하자 서울시는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 등에게 차량 철수를 공식 요청했다.

오전 9시 40분 천막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행사를 불허한 서울시와 경찰을 겨냥한 비판이 쏟아졌다. 정세균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며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외쳤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던 한 시민은 “헌법에는 ‘공무원은 국민에게 봉사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이게 봉사냐”라고 외치기도 했다. 강기갑 의원은 오후 4시경 민노당 소속 의원 및 20여 명의 당직자들과 청와대 방향으로 삼보일배 행진을 하려다 제지당하기도 했다.

한편 낮 1시 반에는 애초에 서울광장 사용신청을 냈던 한국자유총연맹 소속 회원 300여 명이 지하철 시청역 2번 출구 앞에서 ‘승용차 요일제 캠페인’을 벌였다. 하지만 물리적 충돌 없이 30여 분 만에 행사는 끝났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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