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천년 고도’에 활력 불어넣어
○ 경북 경주시
“100년 뒤에 경주에 사는 시민들이 경주를 더 발전시키려던 지금의 노력을 느꼈으면 하지요.”
‘천년 고도’인 경북 경주시는 8일 제2회 시민의 날을 맞아 시내 황성공원에 ‘천년의 꿈, 경주의 빛’이라는 이름의 타임캡슐을 묻었다. 6월 8일은 박혁거세가 서라벌을 건국했던 때를 양력으로 환산한 날이다. 행사를 지켜본 한 시민은 “이 타임캡슐은 후손에게 경주 발전을 약속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타임캡슐에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이라는 국책사업 유치 관련 자료와 시정 등 481종의 자료를 담았다. 개봉은 100년 뒤에 할 예정이다.
경주시가 제14회 지방자치경영대상의 종합대상을 차지한 데는 1970년대 이후 30여 년 동안 침체되다시피한 ‘천년 고도(古都)’에 새 피를 수혈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안겨준 선물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역사문화도시라는 옛 명성에 안주한 나머지 정작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소홀하고 관광객 유치를 위한 노력도 부족한 게 아니었느냐는 뼈아픈 반성이 경주를 재창조해야 한다는 의지로 나타났다. 20년가량 표류하던 국책사업인 방폐장을 2005년 11월 경주시민 90%의 찬성으로 유치한 것은 경주의 도약을 염원하는 30만 시민의 열망이 표출된 상징이었다.
방폐장과 함께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과 양성자 가속기 설치라는 3대 국책사업의 유치는 3조3500억 원을 투입하는 경주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과 함께 경주의 미래를 향해 달리는 네 바퀴가 됐다. 황룡사와 월정교, 경주읍성을 복원하고 교촌한옥마을을 조성하며 양동민속마을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진하는 것도 이 같은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다. 경주시는 관광자원을 레저스포츠와 연결하기 위해 축구장 13곳을 마련하고 시내를 관통하는 서천과 북천에 잔디 둔치를 조성해 시민과 관광객이 쾌적하게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경주의 가장 큰 재산인 문화재를 재발견하려는 노력도 돋보인다. 안압지와 보문관광단지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주말마다 야간 공연을 열어 관광객들에게 경주의 새로운 모습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휴대용 단말기를 통해 현재의 위치와 목적지까지의 이동 경로 등을 알 수 있는 유비쿼터스 문화재 즐기기 같은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다.
경주의 미래 디자인을 지휘하는 백상승 경주시장은 ‘고즈넉하면서도 꼭 와보고 싶은 설렘이 느껴지는 경주’를 꿈꾼다. 그는 “타임캡슐을 묻을 때 역사문화관광 스포츠 도시에 첨단 과학이 어우러지는 반듯한 경주를 만들어 후손들의 칭찬을 받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경주=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