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의원 돈 거절해 옷장에 놓고왔다”

  • 입력 2009년 6월 12일 03시 03분


박연차, 재판 증인 출석해 사과… 李의원 결백 주장

1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425호 법정.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3차례에 걸쳐 12만 달러를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광재 민주당 의원 재판에 박 전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의원은 직접 박 전 회장에게 질문을 던지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이 의원은 “박 전 회장이 수억 원씩 수차례 정치자금을 주려 할 때마다 ‘필요하면 말씀드리겠다’며 거절하지 않았느냐”면서 “저한테 이러시면 정말 죄짓는 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박 전 회장은 “깨끗하게 정치를 하려는 이 의원에게 (계속 돈을 건네려고 하는 등) 못할 짓을 했다. 정말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서울의 L호텔과 베트남 태광비나 회사, 미국 뉴욕의 강서회관(식당) 등에서 2만∼5만 달러씩을 건넨 사실은 확실하다며 돈을 건넨 상황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반면 이 의원이 돈을 최종적으로 가져갔는지를 묻자 “확실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서울의 한 호텔에서는 이 의원의 옷이 걸려 있는 옷장 안에 돈을 넣고 나왔으며, 베트남 회사에서는 선물처럼 포장한 돈 뭉치를 이 의원 앞 테이블에 놓고 먼저 나왔다고 진술했다.

이날 재판에는 미국에서 박 전 회장 대신 이 의원에게 2만 달러를 건넸다고 주장하는 뉴욕의 강서회관 전 사장 곽모 씨가 나와 증언했다. 곽 씨는 2004년 4월경 이 의원을 식당에서 만난 것을 기억한다며 “당시 악수를 하면서 이 의원의 오른손 검지가 잘려 있는 것을 느꼈다”고 답했다. 이에 재판장은 법정에서 이 의원과 직접 악수를 하는 방식으로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한편 이 의원의 진술 번복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검찰 진술에서 박 전 회장과 단둘이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이날 법정에서는 서울의 H호텔에서 한 차례 만나 술을 마신 적이 있다고 말을 바꿨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