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 손발 묶인채 링 올라 외국 대학과 싸워 이길수 있겠나”

  • 입력 2009년 6월 12일 03시 03분


“인재 선발 과정에서부터 정부가 규제를 하는 한 외국 대학과의 경쟁에서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손병두 서강대 총장(사진)이 퇴임을 보름 앞둔 11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세계화 시대에 한국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무엇보다 대학의 자율화가 절실하다”며 현 정부의 대학 정책에 거침없는 의견을 쏟아냈다. 손 총장은 2005년 6월 27일 신부가 아닌 첫 서강대 총장이자 전문경영인 출신의 총장으로 화제를 모았다.

손 총장은 “현 정부가 들어설 때 교육개혁을 하겠다고 해서 기대가 컸는데 대학의 자율성 보장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미국과 달리 국내 대학은 사소한 정책까지 정부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발전에 저해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권투경기를 하는데 한국 대학은 손발을 묶어놓고, 외국 대학은 자유롭게 뛰게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정부가 지금처럼 기여입학제, 본고사, 고교등급제 등을 규제하는 한 외국 대학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4월부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을 맡아온 손 총장은 26일 대교협 회장직에서도 물러난다. 손 총장은 “대교협 회장으로 있으면서 사립대는 재정자립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사립대의 육성지원법과 재정 확보를 위한 법 도입을 역점 과제로 삼았다”며 “결실을 보지 못하고 회장직을 떠나게 됐다”고 아쉬움을 밝혔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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