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각계 인사에 135억 뿌려 역대 게이트중 최대규모 기소

  • 입력 2009년 6월 13일 02시 59분


■ 수사로 드러난 ‘문어발 로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 결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은 정관계 유력 인사 등에게 ‘문어발식’으로 돈을 뿌렸으며, 그 액수는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것만 135억여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물수수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인사 20명이 박 전 회장에게서 받은 돈은 총 70여억 원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측에 건네진 640만 달러와 내사 종결 처분된 사람들이 받은 돈까지 모두 합치면 박 전 회장이 뿌린 돈은 모두 135억여 원에 이른다. 박 전 회장은 주로 추적이 어려운 달러화 또는 상품권을 건넸으며 스위스제 명품 시계도 수시로 선물해 왔다고 한다. 또 해외 계좌에서 직접 해외 계좌로 송금하기도 해 검찰이 돈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이런 거액의 돈으로 박 전 회장은 유력 인사들을 ‘포트폴리오식’으로 관리해 왔다. 박 전 회장은 청와대, 국회, 법원, 검찰, 경찰, 지방자치단체, 언론, 기업 등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유력 인사들을 망라해 금품을 건넨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특히 박 전 회장의 연고지 경남 김해시는 현역 국회의원 두 명 모두와 전직 시장 두 명이 기소돼 ‘쑥대밭’이 됐다.

박연차 게이트는 검찰이 수사했던 역대 대형 사건 가운데서도 최대 규모가 될 듯하다. ‘12·12, 5·18 사건’ 때는 16명이 기소됐으며,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때는 검찰이 30대 대기업 총수를 모두 불러 조사했으나 전, 노 두 전직 대통령을 포함해 15명만 기소했다.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와 유사한 ‘정태수(전 한보그룹 총회장) 리스트’가 등장했던 1997년의 ‘한보 사건’ 때는 리스트에 오른 정치인 33명 가운데 8명만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는 등 모두 18명이 기소됐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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