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판 키울때면 “6월항쟁 계승” 거리로

  • 입력 2009년 6월 13일 02시 59분


■ 역대 6·10 기념행사 분석

1988년 남북학생회담-2004년 반미행진-지난해 쇠고기시위

도심 집회로 세몰이… 평소엔 DJ-盧정부때도 조촐하게 치러

10일 서울을 비롯해 전국 13개 지역에서 열린 6월 민주항쟁 22주년 행사는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을 끌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인 데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쇄신을 요구하는 대학교수 및 시민단체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열려 여론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의주시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등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경찰의 서울광장 집회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6월 항쟁 계승·민주회복을 위한 범국민대회’를 강행했지만 큰 불상사는 없었다.



6월 항쟁 기념일 대규모 집회는 4번

1987년 6월 항쟁은 전두환 정권을 무릎을 꿇리고 대통령직선제 개헌 등 6·29선언을 이끌어내 민주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 이후 6월 항쟁 정신을 기리기 위한 행사가 해마다 열리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6월 항쟁과 관련해 서울 도심에서 1만 명이 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 것은 1988, 1997, 2008, 2009년 등 모두 4차례였다.

학생 운동권 사이에서 통일 이슈가 뜨거웠던 이듬해인 1988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는 연세대에서 ‘6·10 남북 청년학생회담’ 출정식을 갖고 판문점을 향해 행진하다 경찰과 충돌했다. 이날 집회에는 1만여 명이 참가했고 경찰의 원천 봉쇄로 연세대로 가지 못한 학생 3000여 명은 고려대에 모였다.

6월 항쟁 10주년인 1997년에는 경찰의 고문으로 숨져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고(故) 박종철 군을 기리는 추모비 제막식이 열렸다. ‘참된 민주주의는 아름답다’는 주제로 열린 국민대동제에는 1만여 명이 참여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로 몸살을 앓았던 2008년에는 6월 항쟁 기념일에만 경찰 추산 8만 명,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추산 60만 명의 인파가 모여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주장하며 곳곳에서 폭력 시위를 벌였다.

다른 사회 이슈 연계해 대규모 집회

이처럼 6월 항쟁 관련 집회가 대규모로 열린 것은 6·15남북공동선언,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 사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노 전 대통령 서거 등 다른 사회적 이슈와 연계됐을 때이다.

‘반미’ ‘자주통일’ 등 이슈가 뜨거웠던 2004년 6월 10일 서울대 강원대 등 15개 대학생 600여 명은 이날 미군 장갑차 여중생 희생 2주기와 6월 항쟁 17주년을 기념하는 ‘6·10 대학생 반미 행동의 날’ 행사를 각 대학에서 열었다. 이틀 뒤인 12일 전국민중연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대학생 등 1000여 명은 대학로에서 광화문까지 행진을 하며 “자주 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민주당 등에서 6월 항쟁 정신 계승을 내세우고 있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2005년 열린우리당이 국회에서 기념식을 열었고, 2006년에는 관계자들이 기념사업회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참석하는 등 대부분 6월 항쟁 기념식이 조촐하게 진행됐다. 1989년에는 전대협 등의 ‘6·10 민주항쟁 계승 및 평양축전 참가를 위한 결의대회’, 1994년에는 ‘민족민주열사 범국민추도제 및 열사정신계승 6월 항쟁 기념대회’, 1998년에는 ‘민의왜곡 규탄과 민주개혁을 위한 6월 항쟁 계승대회’ 등이 열렸지만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1991년 6월 항쟁 계승대회는 이틀 전 열린 ‘공안통치 분쇄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위한 제5차 국민대회’로 갈음하게 되면서 아예 열리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20주년 기념행사 때 세종문화회관에서 기념사를 한 것을 제외하고는 노무현 정부에서도 조촐한 기념식이 대부분이었다.

고려대 현택수 교수(사회학)는 “해마다 기념행사가 열렸지만 그해의 이슈에 따라 운동과 집회의 성격도 달라지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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