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후 이들 3명을 포함한 남녀 6명은 중국 샤먼(厦門)으로 여행을 떠났다. 처음 이틀간 골프만 치느라 지루했던 A씨에게 김 씨는 "여기까지 왔는데 도박 한 번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의했다. 김 씨가 데려간 곳은 호텔 객실 안에 차려진 불법도박장. 판돈이 크지 않아 안심했던 A씨는 김 씨와 유 씨가 권하는 술잔을 들이키다가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9억5000만 원의 도박 빚을 진 상태였다. 여권을 빼앗긴 A씨는 자기 회사 직원에게 도박장 운영자가 알려준 환치기 계좌로 2억 원을 송금하라고 연락했고, 김 씨를 도박장에 볼모로 남겨둔 채 다음 날 급히 귀국해 7억5000만을 더 보냈다.
A씨는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이 최근 유인책 5명, 미인책 2명, 총책과 자금세탁책 각 1명 등 7명으로 구성된 해외원정 사기도박조직을 적발하고 A씨를 소환한 뒤에야 자신이 6개월간 치밀한 '작업'을 당한 피해자였음을 알게 됐다. 이 조직은 같은 방식으로 2006년 8월부터 은행지점장, 중소기업 사장 등 13명에게 63억 원을 갈취했다. 서울본부세관은 조직원 7명과 피해자들을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라고 14일 밝혔다.
최창봉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