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교과서가 바뀌어야 공교육이 바로 섭니다”

  • 입력 2009년 6월 16일 02시 56분


비상교육이 낸 학원용 교재 ‘오투’, 자습서 ‘완자’, 영어 교과서(사진 왼쪽부터 차례로)
비상교육이 낸 학원용 교재 ‘오투’, 자습서 ‘완자’, 영어 교과서(사진 왼쪽부터 차례로)
만드는 책마다 히트행진 비상교육 양태회 대표

《창립 11년째를 맞은 비상교육(전 비유와상징)의 행보는 남다른 데가 있다. 사교육을 위한 학원용 교재를 만드는 데서 출발해, 초중고교생을 위한 자습서를 만들다가, 공교육을 위한 교과서 개발에 진출했다. 다른 업체들이 교과서를 만들고 그 교과서에 맞는 참고서를 판매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이 회사가 밟아온 각 단계는 성공적이었다. 학원용 교재 ‘한끝(한권으로 끝내기)’은 1000만 권 이상 팔렸고, 자습서 ‘완자(완벽한 자율학습서)’도 올해 초 판매부수 1000만 권을 돌파했다. 2007년 말 뛰어든 교과서 사업도 첫해부터 ‘중학교 1학년 수학 교과서 전국 채택률 1위’를 차지하며 주목받고 있다. 비상교육의 대표인 양태회 CVP(Creative Vision Planner·44)를 만나 성공 비결과 사업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우리가 만든 교재가 학원용 교재의 전형, 자습서의 전형, 교과서의 전형이 되도록 연구 개발하고 끊임없이 개선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교육비 줄이며 자기주도학습 가능한 책 만들자”
학원용 교재-자습서 이어 교과서도 전혀 다른책 선보여
“사고력 키우는 교과수업 위해 멀티미디어 자료 무한 제공”

○ 학원 강사용 교재 개발로 선풍적인 인기 끌어

시작은 서울 마포의 작은 학원이었다. 양 대표는 “학원을 운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매번 강의를 위해 임시 인쇄물을 만드는 대신, 한 학기 분량의 강의 자료를 묶어 책으로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만든 ‘강타 국어’는 중고교생 사이에 큰 인기를 끌었다. 양 대표는 여기서 착안해 두 평짜리 사무실에 국어 전문 출판사인 ‘비유와상징’을 차렸다.

1990년대 중반은 학원 산업이 본격적으로 발전하던 시기였다. 동네마다 보습학원이 생겨났다. 문제는 학생용 교재는 있었지만 학원 강사들이 수업하는 데 필요한 강사용 교재가 따로 없었다는 것.

양 대표는 “자습서, 평가서 시장에는 이미 강자가 있어 아무리 잘 만들어도 승부가 안 나지만, 새롭게 수요가 생겨나는 학원용 강의 교재를 만들면 차별성이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첫 번째 책인 ‘한 권으로 끝내기 국어’는 출시 1년 만에 국어 학습서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양 대표는 “현장에서 가르칠 때 아쉬웠던 부분, 타 강사들의 의견 등을 반영해서 강사용 교재를 개발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강사용 교재에는 빨간 글씨로 수업시간에 설명할 핵심내용을 표시한 ‘교사용 해설서’가 별도 제공돼 학원 강사 사이에 인기를 끌었다.

매 학기 개선본을 만드는 등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계속했다. ‘한 권으로 끝내기 국어’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 ‘23번째 개선’판을 냈을 정도다. “끊임없이 개선하다 보면 비용은 많이 들어도 신뢰도, 인지도, 판매도가 차례로 올라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 교재의 생명력이 오래 유지된다”는 게 양 대표의 생각이다. ‘표지갈이(책 표지만 바꿔서 다시 내는 출판 관행)’를 하지 않기 때문에 반품된 책이나 재고 책은 전량 폐기된다.

비유와상징은 점차 학원용 교재 출판사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게 됐다. 국어 교재 전문출판사로 출발했지만 ‘한끝’ ‘오투’ ‘개념플러스 유형’ 등의 학원용 교재가 인기를 끌면서 전 과목 교재 출판사로 범위를 넓혔다.

○ 사교육비 절감 프로젝트의 출발인 자습서 개발

“몇 년 동안 학원용 교재를 만들다 보니 새로운 화두가 생겨났어요. ‘요즘 애들은 왜 학원에 가야만 공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할까’하는 것이었죠.”

학원용 교재 출판이 궤도에 오르자, 비유와상징은 자율학습서를 만드는 데 새롭게 도전했다. 양 대표는 “집안 형편 때문에 학원에 못가는 아이, 학원 도움 없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아이를 위해서 학원에 가지 않고도 혼자 공부할 수 있는 완벽한 의미의 자율학습서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온 게 ‘완자’ 시리즈. 초중고교생을 위한 전 과목 자습서인 이 책은 ‘선생님이 내 옆에 있는 것처럼 공부할 수 있는 책’을 콘셉트로 했다. 교과서의 핵심을 정리해서 혼자서 공부할 수 있게 하고, 교사의 설명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보충해설로 싣고, 학생들이 학습의욕을 잃지 않도록 단계별로 문제를 구성했으며, 문제집보다 두꺼운 해설집을 만들었다.

‘완자’는 내부 회의를 거쳐 지은 이름이다. 양 대표는 “교재 이름을 지을 때는 항상 발음하기 쉽고, 기억하기도 쉬우면서, 함축적인 의미를 갖는 이름을 지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완자는 촌스러운 여자 이름 같기도 하고, 먹을거리 이름 같기도 하지만 사실 ‘완벽한 자율학습서’라는 뜻이다. 이후에는 먹을거리를 교재 이름으로 차용하는 일이 타사에서도 유행처럼 번졌다.

○ 교과서 개발로 대한민국 공교육 바꾸고 싶어

비상교육은 최근 교과서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양 대표는 “대한민국 공교육이 가진 문제점인 암기식, 주입식 교육을 개선하려면 교과서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비상교육은 2008년 처음으로 중학교 1학년 수학1, 영어1 교과서를 내놓았다. 특히 수학 교과서는 천재교육, 두산동아, 금성출판사 등 전통적인 교과서 시장의 강자를 밀어내고 전국 채택률 1위를 기록했다. 2009년에는 중학교 1학년 국어, 사회, 과학, 한문과 중학교 2학년 영어, 수학 교과서가 나왔다. 내년에는 고등학교 교과서도 내놓을 예정이다.

비상교육이 만든 교과서에는 동영상, 플래시, 프레젠테이션, 음악 등이 담긴 CD-ROM 등 교사용 보조 자료가 풍부하다.

양 대표는 “아이들의 사고력을 키워줄 수 있는 수업을 위해 멀티미디어 자료를 무한 제공할 계획”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교과서 내용도 활동 중심이다. 학생들이 지식을 체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학원용 교재와 자습서를 개발하며 쌓은 노하우는 교과서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됐다. “교과서 내용을 놓고 피드백, 개선을 반복하는 과정은 교재 개발할 때와 동일하다”는 설명이었다.

비상교육은 올해 ‘비유와상징’에서 ‘비상교육’으로 이름을 바꿨다. 출판사 이미지를 벗고 교육전문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앞으로의 목표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교육회사가 되는 것’이다. ‘자기주도학습’이 기업의 모토인 비상교육은 사교육비 절감 프로젝트도 꾸준히 실천해 나가고 있다.

양 대표는 “첫 번째 프로젝트는 전 과목 자습서인 ‘완자’였고, 두 번째 프로젝트는 온라인 교육 사이트인 ‘수박씨닷컴’과 ‘비상에듀’, 세 번째 프로젝트는 교과서 개발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네 번째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비밀’”이라고 말하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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