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여러분,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가워요.”
12일 오전 11시 대구 달서구 이곡동 ‘큰별’ 어린이집. 필리핀 전통 여성 옷인 ‘바롯 사야’를 입은 전 에덴 씨(38·여)가 미소를 지으며 나타나자 어린이 20여 명이 일제히 “선생님, 안녕하세요”라고 외치며 반갑게 맞이했다. 필리핀 출신인 전 씨는 9년 전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이주한 뒤 대구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그는 남편, 두 아들과 함께 주부로 살아가고 있다. 이날 달서구의 ‘다문화홍보교사’로 이곳을 찾은 그는 아들 또래의 원생들에게 필리핀 인사말을 가르치며 수업을 시작했다.
“필리핀에서 친구들과 나누는 인사말은 ‘구무스타’라고 해요. 자, 여러분 서로 마주보며 ‘구무스타’라고 말해 보세요. 이제 세계지도를 보세요. 한국에서 필리핀까지는 비행기를 타고 4시간이면 갈 수 있을 정도로 멀지 않은 나라랍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섬이 많은 나라이기도 하지요. 여기를 보세요. 필리핀 국기는 이렇게 생겼답니다.”
이어 그는 어린이들에게 필리핀 전통춤인 ‘피니클링’을 가르쳤다. 대나무 2개를 양쪽에서 2명이 잡고 가운데 선 사람이 박자에 맞춰 춤을 추는 시범을 보이자 어린이들이 서로 먼저 하겠다며 뛰어나와 함께 춤을 추기도 했다. 달서구는 이달부터 한국어에 능통한 결혼이주여성 가운데 다문화홍보교사를 선발하는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국내에 정착한 외국인 이주여성들에게 한국 생활의 경험과 그동안 닦아온 한국어 실력으로 자국의 문화 등을 알리며 지역주민과 유대를 쌓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들은 올해 말까지 달서구의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 45곳을 돌며 1일교사로 활동한다. 이를 위해 계명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다문화강사 양성과정 교육도 받았다. 중국과 베트남 출신이 5명으로 가장 많고 필리핀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일본 출신이 각 2명이며 몽골과 태국 출신이 각 1명이다. 모두 한국어 실력이 중급 이상으로 지역주민과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편이다. 11일 첫 수업 시작 이후 6차례의 교육에 150여 명의 어린이가 참여했다.
큰별 어린이집 김덕선 원장(42·여)은 “외국인 1일교사에 대한 학부모와 원생의 반응이 아주 좋다”며 “원생들이 외국인들과 어울리며 세상을 보는 안목을 넓힐 수 있도록 외국인 1일교사를 자주 초빙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