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500m를 옮겨가는 데 드는 비용이 2000만 원에 이동시간도 7시간 걸린다. 이처럼 어렵게 자리를 옮기는 주인공은 경기 파주시 임진각 내에서 보존처리를 마치고 일반에 공개될 증기기관차이다. 이 증기기관차는 1950년 12월 31일 오후 10시경 폭격을 맞고 경의선 장단역 선로에서 벗어나 긴 세월 동안 비무장지대에 방치돼왔다. 문화재청은 이 기관차를 2004년 등록문화재 제78호로 지정한 데 이어 포스코의 지원을 받아 2006년 11월 임진각 주차장에 임시 건물을 짓고 보존처리 작업을 해왔다. 녹 제거와 부식방지 처리를 모두 끝내고 관리를 경기관광공사에 맡겨 이제 일반에 공개하기로 한 것.
전시장소는 임진각 내 옛 경의선 철로가 지나갔던 독개다리 앞인데 작업장에서 500m 거리다. 기관차 무게만 80t이고 전시를 위한 받침대 무게도 30t에 이르기 때문에 500t짜리 초대형 크레인과 트레일러가 동원돼 운반될 예정이다.
22일 오전 7시부터 시작될 운반작업은 7시간 걸려 끝날 것으로 예상되며 공식 전시 기념행사는 25일 오후 2시 이 기관차를 마지막으로 몰았던 한준기 씨(83)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1670m²인 전시공간에는 기관차 외에도 보존작업 중 떨어져 나온 파편과 옛 경의선 철로 레일 등 425점의 유물도 함께 전시된다. 북녘을 향해 달리고 싶은 이 기관차의 마음을 헤아린 듯, 전시방향은 북쪽을 향하기로 했다. 전시공간에는 비무장지대에 50여 년간 방치됐던 이 기관차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던 2.5m 높이의 산뽕나무도 함께 심어질 예정. 이 기관차는 폭격 때 바퀴가 파손될 만큼 강한 충격을 받았고 1020개의 총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