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형 공립고는 형평성 논란… ‘고교 다양화’ 삐걱
정부가 공교육 강화의 핵심 열쇠로 내건 ‘고교 다양화 300 정책’이 흔들리고 있다. 내년에 자율형사립고, 기숙형공립고, 마이스터고가 개교해야 하지만 학교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자율형사립고는 전환을 하겠다는 학교가 적고, 기숙형공립고는 선정 기준이 흔들리고 있다.
고교 다양화 300정책은 2012년까지 기숙형공립고 150개, 자율형사립고 100개, 마이스터고 50개를 지정해 전국에 300개의 다양한 고교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내년에 30곳 개교를 목표로 최근 전환 신청을 받고 있는 자율형사립고는 진행이 순조롭지 못하다. 18일까지 11개 시도가 전환 신청을 마감한 결과 30곳이 신청한 서울을 제외하고는 11개교뿐이다. 인천, 전남, 제주는 한 곳도 없다. 고교가 79곳이나 되는 경기마저 안산동산고만 신청했다. 일선 학교들이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해서 얻을 이익보다 감수해야 할 손해가 더 크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민족사관고와 전주 상산고 같은 자립형사립고는 학교가 원하는 시험을 통해 전국의 우수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 반면 자율형사립고는 학생 선발이 시도 단위로 제한된다. 지필고사를 볼 수 없는 데다 평준화 지역에서는 추첨제까지 적용된다. 수업료 및 입학금의 3∼5%를 내야 하는 법인전입금도 학교재단으로서는 부담이다. 내년에 고교선택제를 도입하려고 야심 차게 준비해 온 서울시교육청도 자율형사립고가 정책 일관성을 흐릴 수 있어 달갑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경기는 당초 5, 6곳이 전환 신청을 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까다로운 운영 요건과 전교조 성향의 교육감 때문에 한 곳만 신청하게 됐다. 경기도교육청은 재단전입금 비율을 5%로 높이고, 학교장 자율인 납입금 기준도 일반 사립고의 2배 이내로 묶어 버렸다. 지난해 82개교를 선정한 기숙형공립고는 아예 선정 기준을 바꿀 예정이다. 사립고까지 범위를 확대하고, 군 단위로 제한됐던 지역 요건을 도농복합 중소도시까지 확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군 지역 학교 수가 한정돼 있고,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사립고의 지원 요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기숙형공립고’라는 타이틀이 ‘기숙형고’로 바뀌게 된 셈이다.
그나마 정부의 구상대로 진행되는 것은 마이스터고로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친 학교 선정을 거쳐 21개교가 내년 3월 개교를 앞두고 있다. 마이스터고로 전환을 원하는 전문계고가 많아 학교 수를 채우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존의 전문계고와 충돌하지 않으면서 지원이 마이스터고에만 편중되지 않도록 운영해야 하는 과제는 남아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