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마음마저 멍든 중국인 아내…이제 법으로 보호

  • 입력 2009년 6월 19일 17시 51분


◆다문화 법 보호망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6월 19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동네마다 차이는 있지만 요즘 초등학교를 가보면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장기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이 140만 명을 넘어서면서 명실상부한 다문화 사회로 접어든 것입니다.

(김현수 앵커) 하지만 언어의 장벽과 돈 문제 때문에 제대로 된 법률서비스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에서의 삶이 여전히 서글픈 타향살이일 뿐입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법원과 정부가 이들을 위한 법률 구제에 나섰습니다. 사회부 이종식 기자의 보돕니다.

====================================

다리와 팔 등에 멍 자국이 선명한 한 30대 중국인 여성이 최근 한국가정법률상담소를 찾았습니다. 이 여성은 봉제공장에서 야근을 하고 들어올 때마다 한국인 남편으로부터 바람을 피우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으며 구타를 당했습니다.

한국말이 서툰 아내는 속옷차림으로 도망쳐 나와 경찰에 신고하기를 여러 번. 경찰 조사를 참다못한 남편은 먼저 이혼 소송을 냈습니다. 이혼을 당하면 국내 체류 자격을 잃게 되는 아내는 수소문 끝에 이 상담소를 찾게 됐습니다.

(인터뷰) 김민선 변호사 /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이분은 불행 중 다행히 통역인을 구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지만 통역인이 법률에 대해 잘 몰라 증거 수집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법원이나 정부에서 원활한 재판 진행을 위해 통역 전문 인력을 지원해줘야"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중 이혼한 여성의 수는 2004년 1567명에서 지난해 7962명으로 4년 사이 5배가 증가했습니다. 이 상담소처럼 일부 공익 단체가 무료로 법률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지만 돕는 손길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스탠드업) "각종 소송 정보가 집약돼 있는 대법원 인터넷 홈페이지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영어를 제외하고는 다른 언어가 지원되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 체류 외국인 중 중국인이 절반에 달하고 외국인 이혼자 3명 가운데 2명이 중국인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어 등 다른 언어의 지원이 시급합니다.

오늘 오전 서울가정법원에서는 전국의 다문화가정 지원 단체의 실무자들 상대로 국적과 체류, 이혼 문제 등에 대한 법률 특강이 처음으로 실시됐습니다.

(인터뷰) 유원규 / 서울가정법원장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법지원을 위하여 다문화가정지원 연구모임을 만들어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어"

법원과 법무부는 또 각종 소송 절차에 대해 알려주는 법률 책자 번역본을 10여개 언어로 제작해 최근 배포하기 시작했습니다. 향후 법원에 외국인 전용 창구도 개설할 계획입니다.

(인터뷰) 이현곤 판사 / 서울가정법원 판사

"법원은 전문 통역인 자원봉사를 모집하는 한편, 외국인을 위한 소송 안내 책자를 발간해 다문화 가정을 지원할 방침"

이 밖에도 무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 산하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외국인 전담 창구를 마련하는 등 다문화 가정을 위해 법의 보호망을 넓히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동아일보 이종식입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