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문제 확대 재생산 직종-나이 획일적 적용 때문

  • 입력 2009년 6월 22일 02시 56분


○ 단순노무직-고령자 “기간연장” “정규직 될 가능성도 없는데…”

○ 전문직도 “기간연장 선호” “업무 숙련 위해 2년으론 부족”

○ 20대 중반~30대 초반 “현행 유지” “빨리 결정돼야 전직에 유리”

현행 비정규직법 적용 시한이 이달 30일로 끝난다. 정치권과 노동계는 19일 5인 연석회의를 갖는 등 해법 찾기에 나섰지만 의견차가 커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현행 유지(노동계, 민주당), 유예(한나라당), 기간연장(정부), 기간폐지(경영계) 등 어느 쪽을 선택해도 직종과 상황이 워낙 다양해 이득과 피해를 보는 기간제 근로자가 반드시 발생한다. 따라서 획일적 적용보다 이들의 특수성을 고려해 적용 예외 규정을 두는 등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단순노무직, 고령자는 기간연장이 유리=청소업무를 하는 김모 씨(50대 초반·여)는 “청소일은 단순노무라 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없다. 정년(68세)까지 계속 일할 수 있고 정규직 전환을 희망하지도 않는데 법 때문에 해고돼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기간연장에 찬성했다. 고령자들도 기간연장이 필요한 대상이다. C회사에서 근무하는 강모 씨(50대 후반·남)는 “그동안 다년간 계약하고 기간제로 일했는데 현행법이 적용되면 해고돼야 한다”며 “이 나이에 새 직장을 찾기도 어렵기 때문에 기간제라도 계속 근무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사 분야도 평생직장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적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는 기간만큼 일할 수 있는 기간연장을 선호했다.

▽전문직은 업무 숙련 기간 필요=B의료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이모 씨(20대 중반·여)는 “지난해 장기 근속자 중 일부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정규직 전환을 위해 다양한 업무를 익히려면 현재 2년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기간연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업무 숙련도가 정규직 전환에 큰 영향을 주는 분야는 숙련도를 쌓을 기간이 그만큼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의료원은 10월경 기간제근로자 60여 명 중 절반 정도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문제는 기간연장이 되면 전환이 안 된 사람도 본인 노력에 따라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지만 현행법 아래서는 해고돼야 한다.

▽젊은 층은 현행법 선호=20대 중반∼30대 초반의 기간제 근로자 중에는 고령자와는 달리 기간연장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병원에서 신경검사업무를 하는 한모 씨(30대 초반)는 “하루라도 젊을 때 정규직 전환 여부가 결정돼야 다른 직장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무보조를 하는 20대 초반의 한 남성도 “4년으로 기간을 연장해도 어차피 20대 중후반에 새 직장을 찾아야 한다.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기 때문에 기간연장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정규직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현행법 유지를 선호했다. D사에서 비서로 일하는 20대 후반 여성은 “지금 1년 3개월 됐는데 2년이 되면 회사에서 정규직 전환을 해 줄 것으로 믿는다. 기간연장은 정규직이 될 시간만 늦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 취지는 살리되 특수성 고려해야”=한나라당 박대해 의원이 21일 공개한 노동부의 ‘비정규직 고용사업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78곳 사업장 중 29곳의 기간제 근로자들이 기간연장을 희망했다. 현행법 유지는 19곳이었으며 나머지 30개 사업장은 기간제 근로자 간에도 의견이 엇갈렸다. 현 비정규직법이 직종과 상황에 따라 정규직 전환과 해고라는 양날의 비수가 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박 의원은 “정부안을 채택하면 비정규직법 취지가 퇴색하고, 노동계 주장을 받아들이면 해고자가 양산된다”며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직종과 나이, 성별에 따라 천차만별인 만큼 법 취지는 살리되 적용 예외 분야를 두는 등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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