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0월 전남 영암군에서 개최될 포뮬러원(F1) 코리아그랑프리가 크게 위축될 위기를 맞았다. F1의 주요 팀들이 2010년 경기에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8개 F1팀으로 구성된 F1팀협회(FOTA)는 18일(현지 시간) 영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제자동차연맹(FIA)의 독단적인 예산 운영규정 신설과 관련해 내년부터 F1 경기에 참가하지 않고 새로운 경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당초 내년 F1은 13개 팀이 참여해 1993년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FOTA에 소속된 8개 팀은 △페라리 △르노 △맥라렌 △BMW △도요타 △브라운GP △레드불 △토로로소 등으로, 올해 F1에 참가하고 있는 10개 팀 중 80%에 이른다. 특히 페라리 BMW 맥라렌 등 명문 대형팀들이 모두 속해 있어 이들이 빠질 경우 F1은 빈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FOTA 소속 팀들이 빠지더라도 F1은 남은 2개 팀과 새로 참가신청을 한 신생팀 3개를 넣어 경기 운영은 가능하겠지만 인기가 크게 떨어져 예전의 명성은 누릴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광고와 중계권료, 입장료 수입 등도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당초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은 계획대로 한국에서 7년간 F1이 개최되면 1조8000억 원의 생산 유발과 4300억 원의 소득 유발, 1만8000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영암군 삼호읍 간척지에 건설되고 있는 F1 경기장은 총공사비 3400억 원이 투입되며 현재 토목공정은 51%다.
이처럼 F1을 주최하는 FIA와 참가팀의 모임인 FOTA가 갈등을 빚는 이유는 FIA가 내년부터 각 팀의 연간 예산을 4000만 파운드(약 830억 원) 이하로 줄이는 규정의 신설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FIA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다 신생팀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각 팀의 예산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5월 발표했다. 그러나 1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써온 기존 팀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FOTA는 “‘최고의 기술로 최고의 스피드를 낸다’는 F1의 정신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결국은 차량 성능이 떨어지고 마케팅도 소극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어 F1의 인기마저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암 F1 운영법인인 KAVO 관계자는 “현재의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유명 팀들끼리 별도의 경기를 연다면 한국에서 열릴 F1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FOTA 소속팀들은 2012년까지 참가를 FIA와 계약했기 때문에 불참할 경우 소송을 당하는 등 변수가 남아 있다. 양측이 대타협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